충주호의 아찔한 ‘출렁다리’ 건널까, 고요한 ‘잔도길’ 건널까

입력
2021.11.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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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를 보는 두 가지 시선,  
단양강잔도와 옥순봉출렁다리

한결 쉽게, 조금 더 가까이. 요즘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관광시설에 투자하는 공통의 원칙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코앞까지 근접해서 아찔함을 즐긴다. 당장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으니 자연훼손이라는 비난 정도는 감수하는 분위기다.

충주호 상류 제천 옥순봉 자락에 지난달 22일 출렁다리가 개통했다. 수산면 괴곡리 마을과 옥순봉 바로 아래 산자락을 연결하는 길이 222m 걷기 전용 다리다. 다리를 통과하는 동안 이름에 걸맞게 좌우로 심하게 출렁거린다. 발아래 일부 구간에는 투명 유리를 설치해 짜릿함을 더했다. 미리 말하면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아예 발을 들이지 않는 게 현명하다. 용감하게 다리로 들어섰다가 중간에서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난간을 붙잡고 엉엉 우는 사람이 더러 있다.


다리를 건너면 산자락 끝에 있는 벌말마을까지 짧은 구간에 야자 매트를 깐 숲길이 이어진다. 한가로운 호반 산책도 여기서 끝난다. 제천시 관광문화 홈페이지에는 “명승 48호 제천 옥순봉을 가장 가까이에서, 온몸으로 만나보세요”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옥순봉으로 연결되는 등산로는 사유지여서 막혀 있다. 정식 등산로는 36번 국도 제천과 단양의 경계인 계란재공원에서 시작된다. 옥순봉 정상까지 약 2.1㎞, 1시간 이상 걸어야 한다.

옥순봉은 여러 겹으로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가 비 온 뒤 죽순 같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사실 출렁다리에서는 봉우리 옆모습만 보이고 청풍호(충주호를 제천에서는 이렇게 부른다) 한가운데에서 가장 잘 보인다. 단양의 장회나루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타거나, 출렁다리 아래서 운영하는 카누·카약 체험을 이용하면 그 절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출렁다리에서 옥순대교를 건너 가은산 등산로에 올라도 옥순봉과 청풍호가 한눈에 잡힌다. 카누체험장 도로 건너편에서 시작되는 청풍호자드락길 6코스(괴곡성벽길)를 걸으면 옥순대교와 옥순봉, 가은산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내륙의 바다, 청풍호의 장관이 펼쳐진다. 앞으로 대부분 출렁다리만 걷고 떠날 테니 이 좋은 길을 이용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옥순봉출렁다리는 내년 3월까지 무료로 운영하고 이후 3,000원의 입장료를 받을 예정이다. 현재 평일에도 주차장이 찰 정도로 개장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당분간 주말은 피하는 게 좋겠다.

옥순봉출렁다리와 비교되는 시설이 상류의 단양강잔도다. 단양읍내에서 만천하스카이워크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약 1.2㎞의 걷기길이다. 접근이 어려운 남한강 암벽을 따라 잔도를 설치해 호반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시설이다. 이곳에도 바닥 일부에 투명 유리를 설치해 아찔함을 맛볼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편안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경관을 헤쳐가며 굳이 잔도를 놓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관광시설로써의 장점은 많은 편이다. 우선 만천하스카이워크 주차장이 붐빌 경우 단양읍내 강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강 풍경을 즐기면서 쉽게 걸어갈 수 있다. 여행의 참 맛이라 할 여유를 선사하는 길이다.

단양읍내와 남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만천하스카이워크 외에도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 옛 철길의 옹벽이 인증사진 명소로 변신한 이끼터널,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과 수양개빛터널도 인근에 있다.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은 1983년 충주댐 수몰지구에서 발굴한 구석기시대부터 마한시대까지의 수양개 유적·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함께 있는 수양개빛터널은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후 버려진 터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복합멀티미디어 공간이다.



제천·단양=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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