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강국인 한국 여자골프를 향한 세계의 도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고진영(26)이 올 시즌 개인 타이틀을 휩쓰는 등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최다승 국가 지위를 7년 만에 미국에 빼앗겼고, 5년 연속해서 배출했던 신인상 수상자도 명맥이 끊겼다.
2021시즌 LPGA 투어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 30개 대회 가운데 한국 선수들은 총 7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고진영이 5승을 거뒀고 박인비(33)와 김효주(26)가 각각 1승씩을 추가했다. 한국은 2015시즌부터 이어온 LPGA 투어 최다 우승국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한국은 8승을 거둔 미국에 7년 만에 최다승 국가 지위를 내줬다.
미국은 넬리·제시카 ‘코다 자매’를 필두로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특히 넬리 코다는 전반기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을 비롯해 3승을 수확,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태국의 선전도 눈부셨다. 지난해 LPGA 무대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태국은 지난 4월 패티 타바타나낏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정상에 서는 등 올해 4승(팀대회 1승 포함)을 거두며 한국을 위협했다. 특히 폭발적인 장타를 뽐낸 타바타나낏은 올해 LPGA 신인상을 수상하며 2015년부터 이어진 한국의 연속 신인상 수상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과 태국이 승승장구하던 상반기, 한국은 박인비와 김효주가 각각 1승을 올리며 체면치레에 그쳤다. 하지만 여름부터 고진영이 살아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진영은 7월초 VOA 클래식에서 첫 승을 신고했고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승수를 쌓았다. 9월부터 11월까지 약 3개월 동안 고진영은 총 7개 대회에서 4승을 휩쓸었다.
아쉬움 속에서도 한국 여자골프는 올해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고진영은 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 LPGA 통산 200승째의 주인공이 됐다. 1988년 구옥희가 LPGA투어에서 첫 승을 거둔 이후 33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고진영은 ‘통산 200승’ 주인공이 된 기세를 몰아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다승왕 등 각종 타이틀을 독식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3년 연속 상금왕에 등극했는데 이는 LPGA투어 전체로도 로레나 오초아(2006~2008) 이후 첫 기록이다. 박인비는 평균 퍼트 수 1위에 올랐고, '핫식스' 이정은(25)은 '버디퀸'을 차지했다.
2022시즌에 대한 기대도 크다. 기존 선수들은 물론 2022년 새롭게 LPGA투어에 도전할 선수들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약해온 최혜진(23)과 안나린(25)이 이번 겨울 LPGA투어에 도전한다. 두 선수는 퀄리파잉 시리즈를 통해 미국 진출을 노린다.
약 한 달간 휴식기에 들어가는 LPGA 투어는 2022년 1월 20일 개막하는 힐큰 그랜드 배케이션스 챔피언스 토너먼트부터 2022시즌 일정에 돌입한다. 다음 시즌 예상 대회 수는 34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