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가격 급등에다 공시가격 인상까지 겹치면서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납세 대상자가 95만 명에 육박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토지분 납세자까지 더하면 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100만 명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도 지난해보다 10만 명 이상 늘어난 40만 명에 달한다. 이는 당초 80만 명 수준이라던 더불어민주당의 관측치보다 대폭 늘어난 수준이다. 납세 대상자가 40% 이상 늘었지만, 정부는 “국민 98%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세청이 이날 고지한 주택분 종부세 고지 대상은 94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2.0%(28만 명) 늘었다. 이들이 내야 할 종부세는 5조7,000억 원으로, 1인당 약 600만 원의 세금이 매겨진다.
지난해 토지분 종부세 고지서만 받은 사람이 7만7,000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종부세 납세 대상자는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비교해 종부세 납부 대상은 △1가구 1주택자(1만2,000명) △1가구 1주택자를 제외한 1주택자(9만2,000명) △다주택자(13만 명) △법인(4만6,000명) 등 모두 늘었다.
정부는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 납부 대상인 공시가격 기준을 상향(9억 원→11억 원)한 것이 종부세 납세 대상을 8만9,000명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 개정이 없었다면 종부세를 내야 하는 1가구 1주택자도 10만 명 이상 늘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1가구 1주택자가 납부해야 할 종부세는 평균 152만 원으로, 지난해(약 100만 원)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종부세 납부 대상, 세액이 크게 증가한 것은 △부동산 가격 급등 △공시가격 현실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조정 △종부세율 인상 등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박금철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전반적으로 주택 가격이 오른 데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라간 부분이 함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택분 종부세 납부 대상이 80만 명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던 더불어민주당의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민주당은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을 토대로 종부세 납세자 수가 76만5,000명이 될 것이라 밝혔는데, 이보다 18만2,000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민주당은 1가구 1주택자 과세 기준이 공시가 11억 원으로 높아지면 이들 중 과세 대상은 9만4,00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해보다 1만2,000명이 늘어난 13만2,000명이 세금을 내게 됐다. 다주택자를 포함한 다른 종부세 납세 대상자도 예상보다 15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예정처는 과거 세수 실적에다 공시가격 상승률을 반영해 세수는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 세금 납부 대상자는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자연 증가분, 종부세 대상 주택 신규 매입 등을 고려해 전망했는데, 이 중 종부세 대상 주택을 새로 사들인 사람이 얼마나 됐는지를 지나치게 적게 추산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16일에도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80만 명, 1가구 1주택은 9만4,000명”(박완주 정책위 의장)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 국민의 98%는 (종부세) 고지서를 받지 않고, 다주택자와 법인이 전체 고지 세액의 88.9%를 부담한다”고 적었다. 대상자가 42% 늘어났는데, 정부는 여전히 '일부’라고만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납세자들의 세 부담을 의식한 듯 각종 세 부담 완화 정책을 별도로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날 자료에서 세금이 25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이자 부담 없이 6개월간 분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1가구 1주택자 공제금액 상향으로 시가 25억 원 이하 주택 보유자 평균 세액은 50만 원 수준이라는 점, 부부 공동명의를 선택해 세금을 아낀 사람이 1만 명가량이라는 점 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