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의무 다했으면 책임 면해줘야"... 중대재해처벌법 반대론 여전

입력
2021.11.22 20:40

"법의 취지는 좋지만 처벌법 형식을 취하다 보니 기업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공포에 떠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권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경영책임자가 처벌된다고 하니 기업들이 비로소 안전보건관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진작에 법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강검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장)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반대론이 여전하다. 대표이사 처벌 가능성 때문에 법 시행 초기에는 아예 작업을 중단하는 사업장까지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경영계는 그래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지만, 정부와 노동계는 '극약처방'을 써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정을 개선하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사고 나면 안전 의무 불이행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법"

22일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이 주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음에도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중대재해법을 만든 것은 취지도 좋고 선진적인 문제의식이었다"면서도 "그럼에도 처벌법 형식을 취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안전보건조치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그 의무는 처벌하지 않고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만 의무 불이행을 따져 매우 엄정한 처벌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업이나 경영책임자 입장에선 당황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 "일정 안전 수준 확보하면 처벌 면해줘야"

법무법인 태평양의 중대재해대응본부 소속으로 기업들의 자문을 맡고 있는 최진원 변호사도 "처벌을 면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내용들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어, 실제 법 적용 가능성보다도 더 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안전보건 수준을 확보한 기업에는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 같은 것을 해주고, 향후 수사나 감독 과정에서 상당한 고려를 해주는 식으로 기업들의 불안감을 줄여주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노동계 "처벌 면할 생각 말고 재해 없앨 고민하라"

노동계에선 불안감이나 공포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연간 중대재해 발생 건수를 볼 때 내년에 수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400건 정도로 추정되고 실제 기소되는 건수는 훨씬 적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처벌을 면하는 것을 고민하기 전에 어떻게 중대재해를 예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검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장은 "법 시행일이 다가올수록 대표이사가 처벌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식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는데 그만큼 기업들이 안전과 거리를 두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며 "기업들이 안전 관리 시스템만 잘 갖추면 처벌을 받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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