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속 수도권 '전면등교' 첫날… "급식 먹이느라 수업을 못할 지경"

입력
2021.11.22 16:00
10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맞춰 22일 전국 유·초·중·고교의 전면등교가 시작됐다. 신규 확진자가 연일 3,000명을 웃돌면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된 돌봄 공백, 수업 결손 우려는 덜게 됐다는 의견도 있다. 교사들은 방역당국의 방역 지침을 따르면서 정상수업을 실시하기는 어려운 만큼, 현실에 맞게 지침을 유연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학생 수 많은 학교, 급식하느라 수업 못할 지경

22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에 따라 백신 예방접종을 마쳤다면 동거 가족이 코로나19에 확진됐어도 학생은 PCR검사 음성 확인 등을 거쳐 등교할 수 있다. 또 원활한 급식을 위해 식탁에 칸막이를 설치해 붙어 앉을 수 있도록 하되, 지정좌석제를 운영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전면등교 첫날, 일선 학교 교사들은 현장과 동떨어진 매뉴얼이란 비판을 쏟아냈다. 전교생이 1,400명 수준인 수도권 한 초등학교 A교사는 “식당 좌석이 300여 석에 불과하다 보니 지정좌석제까지 운영하면 아이들 밥만 먹이다가 하교시킬 판”이라 말했다.

학교운영위 원격수업 건의해도... 교육청 "전면등교하라"

이 학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점심 시간을 늘려 학년별 시간대를 배정했지만, 결국 식당 좌석이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수업 도중에도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이끌고 식당으로 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애초 이런 문제를 우려해 학교운영위원회가 한 개 학년 정도는 원격수업을 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전면등교 방침이라 하루 수업 중 일부라도 반드시 등교는 시켜야 한다'는 교육당국 지침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한다.

수도권에만 과대학교 558개 ... 교사들 "방역지침 현실화 절실"

문제는 이처럼 전교생 규모가 1,000명 이상인 과대학교가 수도권에만 수백 개에 달한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과대학교가 558개에 이른다. 서울 170개, 인천 57개, 경기에 331개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나마 학교운영위원회 결정에 일부 위임했지만, 경기도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은 '일단 전면등교' 방침을 공지했다.

교사들은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급식실 좌석을 늘리는 등의 방안이 단기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면 방역지침이라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협의회 대변인은 “전면등교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를 줄이려면 장기적으로 학교 교육과 방역 업무를 나눠 행정기관이 방역 지원전담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단체활동 재밌다" "현장학습, 체육대회 기대된다"

학생들은 모처럼만의 전면 등교를 반겼다. 온라인 수업에서 느꼈던 답답함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공덕초 4학년 이성희(10)군은 "원격 수업으로는 음악 합주처럼 협동이 필요한 활동을 못해서 아쉬웠는데 오늘 재밌게 했다"고 말했다. 성산중 3학년 나유란(15)양도 "선생님과 만나 고등학교 입시 원서 상담을 받았다"며 "원격으로 진행하던 것보다 수월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전면 등교가 정착되면 그간 엄두를 못 냈던 학교 행사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성산중 3학년 이다현(15)양은 "학교에서 놀이공원을 갈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지난해부터 현장체험학습을 아예 못 갔기 때문에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양초 2학년 박서준(8)군은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해보지 못한 체육대회가 궁금하다"고 했다.

이윤주 기자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