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민함 사라져"...민주당, 한솥밥 먹던 김한길 비판에 열 올리는 까닭

입력
2021.11.23 08:00
우상호 "김한길, 尹 중심 국민의힘 재창당 준비할 것"
박용진 "3김 자중지란에 윤석열 장막 뒤에 설 것"
진성준 "김한길, 과거의 영민함 모두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한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대표에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 윤 후보 측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3김(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한길 전 대표)' 중 한때 한솥밥 식구였던 '김한길 조준'에 나선 건 민주·진보진영의 이탈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종인 전 위원장, 김병준 전 위원장은 이미 국민의힘 사람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여의도 정치권에 오랜만에 복귀하는 김한길 전 대표가 민주 진영을 떠나는 건 민주당 입장에서도 적잖이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윤 후보가 김한길 전 대표를 영입하면서 낸 '외연 확장', '문재인 정부 심판' 메시지를 차단하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우상호·진성준 등 민주당 의원들은 김한길 전 대표의 합류를 '구태 정치', '반문(반문재인) 연대 프레임 짜기' 이외에는 해석이 불가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윤석열, 3김 기싸움에 치일까…"남의 머리로 정치하는 尹"

박 의원은 3김이 서로 당과 선대위를 장악하기 위해 기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윤 후보보다 3김이 주목받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3김 원로 정치로, 자중지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3김 원로들이 윤 후보를 장막 뒤로 감추는 캠페인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전날 윤 후보와 김한길 전 대표의 만남에서 윤 후보가 밀려나는 모습이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후보의 최대 약점이 남의 머리로 정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어제도 김 전 대표를 만나 언론인들에게 '왜 김한길이냐'는 짧은 대답에도 종이를 꺼내 읽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메시지 한두 줄도 보고 읽어야 하는데, 남의 머리로 정치하는 윤 후보의 불안감을 감추려면 후보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3김 원로가 아주 센 분들인데, 파열음이 날 거고 자중지란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3김 합류로 올드해진 윤석열 선대위?

우 의원은 '올드한 선대위'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예전 민주당 사람, 노무현 사람들이 윤석열 캠프로 가는 걸로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옛날 정치"라며 "옛날 정치하시던 분들을 모셔다가 '뭘 하려는 거지'란 문제로 반드시 남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 의원은 김한길 전 대표의 정치 이력을 볼 때 '국민의힘 재창당'을 이끄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대표가 윤 후보 중심으로 당 구조 재편에 나선다는 의미인데, 당내 분란이 커질 것이란 걸 에둘러 설명한 것이다.

그는 "건강이 악화돼 활동을 안 했는데 (국민의힘에 간 게) 가장 의문"이라며 "저분이 움직이면 보통 정치 세력이 재편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국민의힘을 새로 만들고, 제3지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모아 재창당하려고 하는 모양"이라며 "창당 전문가로 대선 전에 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이 새로운 정당이란 걸 연출할 준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문 연대 외에 정치적 의미 없다" 민주당의 혹평

진성준 의원은 "반문 연대, 반문 집합체란 평가 외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요소가 없다"고 쏘아붙였다. 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민의힘 판 3김 시대가 열렸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세 사람 모두 반문 정치 세력이라는 점 외에 공통점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이념과 노선이 전혀 다른 분들이 선거 때 결합해 뚜렷한 역할을 했느냐, 과거에 전례를 봐도 그런 일은 본 적이 없다"며 "김한길 전 대표가 (윤 후보 선대위에 가면서) 공정과 상식을 위해 어떤 제안을 했느냐, 과거의 영민함은 다 사라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진 의원과 함께 출연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김 전 대표가) 중도와 합리적 진보 세력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계신데, (이번 영입으로 국민의힘의) 정치적 지형이 상당히 넓어졌다"며 "이 정권이 저지른 많은 실수를 바로잡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겠다고 판단해 윤 후보한테 힘을 실어주신 것"이라고 반박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