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뼈 화석을 찾아 연대를 측정하고, 두개골 등 골격 특징으로 화석인류의 능력과 습성을 추정해 정체성을 확인하는 게 고인류학의 일이다. 화석이 발견된 지층 연대와 그 지층의 무기·유기물 흔적들을 분석해 기후와 식생 등 시대 환경을 확인하고, 뼈의 크기와 형체, 흔적 등을 통해 화석인류의 성별과 나이, 사망 원인을 추정하기도 한다. 고고학자에게 유물이 그렇듯, 고인류학자에게 새로 발견된 뼈 화석은 정설의 대륙과 새로운 가설, 이론의 지평이 부딪치며 융기, 침강하는 지적 격동의 경계가 된다.
고인류 화석 가운데 가장 뜨겁게 주목받은, 그래서 여전히 논쟁적인 '루시(Lucy)'의 화석이 1974년 11월 24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하다르(Hadar) 지역에서 발견됐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대 교수 도널드 조핸슨(Donald Johanson)이 동료 학자와 함께 수백 개의 거의 온전한 고인류 뼛조각 화석들을 찾아냈다. 화석을 캠프로 옮긴 뒤 너무 기뻐서 그날 밤 발굴단과 함께 파티를 벌이며 소니 카세트로 비틀스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반복해서 들으며 춤을 추었는데, 현장의 누군가가 뼈 화석(공식 일련번호 AL 288-1)을 '루시'라 부르면서 그 이름이 굳어졌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다만 그가 이름처럼 정말 여성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아르곤-아르곤(Ar-Ar) 연대측정법'으로 확인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루시의 나이는 최소 318만 년이었다.
루시가 유명해진 건 두개골과 체격, 이빨 모양 등 다른 유인원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으면서 유인원이 지금도 구사하지 못하는 능력, 즉 직립보행의 능력이 화석 골격을 통해 제기된 덕이었다. 조핸슨과 같은 대학 학자 오언 러브조이의 그 주장은 긴 논쟁을 거쳐 정설로 굳어졌고, 루시는 서서 보행한 최초의 인류 조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