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데이트폭력에 시달리던 30대 여성이 오래전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신변보호를 받던 피해 여성이 위급 상황에서 긴급 구조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엉뚱한 장소를 추적하다 참변을 막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데이트폭력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 전에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시급하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 대응은 허점투성이였다. 피해 여성이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죽인다’는 협박을 받고 신변보호를 요청하자 경찰은 임시숙소를 제공하고 가해자 접근을 차단했다. 그러나 경찰 출석에 앞서 잠시 자신의 집에 들렀던 피해 여성에게 접근한 가해자를 막지는 못했다. 더구나 가해자를 발견한 피해 여성이 경찰에서 지급받은 스마트 워치로 두 차례나 긴급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엉뚱한 곳으로 출동해 구조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경찰이 애초 피해자 주소지만 파악했어도 보다 신속한 대응으로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
데이트폭력이 살인사건으로 번지기 전에 폭행이나 살해 협박 등 전조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도 공권력은 속수무책이다. 올해 법정으로 간 100여 건의 데이트폭력 사건 가운데 3분의 1이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폭행하는 등의 전조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에서도 피해 여성은 이미 지난해 집으로 찾아온 가해자를 주거침입으로 신고한 적이 있지만 경찰은 특별한 조치 없이 가해자를 귀가 조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스토킹범죄처벌법이 제정됐지만 고 황예진씨 사건 등 살인으로 이어지는 데이트폭력 사건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나 구치소와 유치장 유치 등 ‘잠정 조치’보다 강력한 차단과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허술한 신변보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마트 워치의 위치확인 시스템을 손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