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시장 문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거래절벽인 매매시장을 벗어나 청약으로 눈을 돌린 실수요자들이 늘어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입주 자금 마련도 어려워져서다.
21일 주택산업연구원의 전국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미입주 사례 중 34.1%가 그 이유로 '잔금대출 미확보'를 꼽았다. 전월 대비 7.4%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7년 6월 이후 역대 최대치다. 잔금대출을 받지 못해 입주를 하지 못했다는 답변 비율은 같은 달 기준 △2017년 18.5%에서 △2018년 19.1%로 소폭 증가했다가 △2019년 12.7%로 하락한 이후 △지난해 25%로 증가했다.
이는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 영향이 크다. 지난 9월 KB국민은행이 잔금대출의 한도 기준을 '시세'에서 '분양가'로 사실상 바꾼 것을 시작으로 잔금대출에 대한 시중은행의 돈줄 조이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1월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 시행으로 잔금대출도 개인별 DSR 산정에 포함될 예정이라 잔금을 구하지 못해 입주에 차질을 겪는 수요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청약 광풍에 대출 규제로 입주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마저도 분양 아파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63.2대 1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7년(12.6대 1)의 13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 가점 평균도 2017년 44점에서 올해 62점으로 크게 뛰었다.
청약 당첨이 요원해지면서 아예 '청포족(청약 포기족)'을 자처하는 수요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는 전월보다 6만1,262명 늘어난 2,831만2,587명이다. 청약통장 순증 가입자는 지난해 1월 이후 월 10만 명대를 유지하다 올해 5월(8만2,187명)을 기점으로 가입 열기가 한풀 꺾였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가입할 만한 사람은 이미 다 했다'는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청약 당첨 가능성이 '로또 청약'이 된 데다가 대출 규제도 강화되면서 둔화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