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스타 펑솨이 ‘실종설’, 中 ‘안전하다’ 주장에도 국제 이슈로 번져

입력
2021.11.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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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매체, 펑솨이 행사 영상 공개
美·英·유엔 등 '안전여부 입증해야'
IOC "올림픽 강경 입장 취할 수도"

중국 여성 테니스 스타 펑솨이(35)의 행방이 국제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장가오리(75) 전 중국 부총리와 ‘강압에 따른 성관계를 했다’고 폭로한 이후, 3주째 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구촌 곳곳에서 커지고 있는 탓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온라인상에서 펑솨이의 근황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실종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체육계는 물론, 서방국가 정부까지 ‘배후’로 중국 정부를 꼽으면서 내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관영매체들은 펑솨이가 무사하다고 볼 법한 영상과 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은 이날 오전 베이징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경기 개막식에 참석한 펑솨이 모습을 담은 37초 분량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여기에는 운동복 차림의 펑솨이가 사회자의 소개에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는 장면이 찍혀 있다. 영상 속 인물이 펑솨이가 맞는다면, 이달 2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장가오리 전 부총리한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19일 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한 게 된다.

중국 관영매체가 ‘펑솨이는 잘 지낸다’고 확인한 건 처음이 아니다. 전날에는 코치, 친구와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며 대화하는 모습이, 또 하루 전에는 방에서 인형을 들고 웃으며 찍은 사진이 잇따라 공개됐다. “펑솨이가 자유롭게 머물고 있으며 곧 대중 앞에 모습을 공개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어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입’인 관영매체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증거’ 속의 펑솨이가 외압 없이 자유로운 상태인지 불분명한 데다, 파편적으로 공개된 촬영물의 시점과 진위마저 확실치 않은 탓이다. 되레 실종 의혹이 불식되긴커녕, 눈덩이처럼 커지고만 있다. 미국 CNN방송은 “(공개된) 동영상의 촬영시간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확산을 우려한 시진핑 중국 정권이 눈속임용으로 내놓은 카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어설픈 근황 공개는 오히려 ‘펑솨이는 어디 있나’라는 의구심에 불을 붙였다. 당초 오사카 나오미(일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등 동료 테니스 선수들의 공개 조사 촉구로 시작됐지만 유엔과 서방국까지 나서며 국제 문제로 비화했다. 이날 영국 외교부는 “모든 이들은 핍박에 대한 공포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당국은 안전에 대한 검증 가능한 증거를 긴급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중국 정부가 펑솨이의 행방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이어 나온 압박이다.

이 사건의 뒤에 공산당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기도 하다. 같은 날 유엔 인권위원회도 “펑솨이의 소재와 안전 여부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선수 개인의 문제를 넘어 중국의 인권문제, 비밀주의, 인터넷 및 언론 통제를 건드리는 외교 이슈로 비화한 셈이다.

특히 논란은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 움직임’과도 맞물리며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딕 파운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이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펑솨이 문제와 관련, IOC가 2022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간 IOC는 ‘조용한 외교가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논평을 거부해 왔으나,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침묵을 깼다. 만일 펑솨이의 신변이상설이 장기화하고 중국 정부의 납득할 만한 설명 및 조치가 없을 경우, 국제사회의 ‘올림픽 불참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펑솨이 행방을 둘러싼 위기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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