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후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숨진 말기 암 환자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연구진은 의료체계의 돌봄을 꾸준히 받아야 하는 말기 암 환자들이 코로나19로 높아진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집에서 앓다가 임종 직전에야 응급실로 이송되면서 가족들과 ‘트라우마성 사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국회 심포지엄 ‘코로나19 유행에서 관찰된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 사회심리적 영향’에서 김범석 서울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2019년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숨진 말기 암 환자는 53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99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응급실에 들어가기 위해 코로나19 검사 후 6시간을 대기해야 하면서 말기 암 환자의 응급실 이용률 자체가 감소했다. 응급이나 중증 환자를 볼 의료인력이 부족해 응급실이 중증도 높은 암 환자를 받기 어려워진 현실도 응급실 이용률 감소에 영향을 줬다. 김 교수는 “중환자실은 이미 과포화 상태고, 말기 암 환자들이 응급실을 전전하다 결국 집으로 갔다가 임종이 임박하거나 심각한 호흡 곤란이 발생해서야 응급실에 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말기 암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이런 문제를 김 교수는 ‘트라우마성 사별’이란 단어로 요약했다. 김 교수는 “환자들은 집에서 증상이 적절히 조절되지 못하고 정서적 지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데 응급실 이용은 거부당하는 느낌을 받는 데다, 마지막 순간에는 가족들과 제대로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고립된 상태에서 임종을 맞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족들의 고통도 크다. 기존 말기 암 환자의 선택지였던 호스피스 병동이나 요양병원은 코로나19 병동이 되거나 면회가 제한되면서 말기 암 환자를 가족들이 집에서 돌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가족들은 면회가 제한되고 24시간 보호자가 상주해야 하는 ‘독박 간병’ 문제를 겪다가 심리적, 신체적으로 '번아웃'이 되고, 사별 후에도 심리적으로 힘들어지는 ‘애도 장애’를 더 많이 겪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드러난 이 같은 '약한 고리'를 우리 사회가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재택의료와 가정방문 호스피스 수요를 검토하고, 응급실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돌봄을 가족에게 오롯이 전가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앞으로의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