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감독·MVP가 돌아본 ‘8년만의 통합 우승’ 원동력은?

입력
2021.11.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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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앞서 KT 이끈 조범현·김진욱 감독 덕” 
박경수 “연습 경기 치러준 한화에 감사”

“조범현·김진욱 두 전임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계속 기회를 줬기에 지금의 선수들이어떻게 야구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KT를 창단 8년 만에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통합우승으로 이끈 수장은 선배 감독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강철 KT 감독은 18일 한국시리즈 우승한 뒤 취재진과 만나 “두 사령탑이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준 덕에, 기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6~7년 지나 기량이 올라오고 발전한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이 감독은 2005년 시즌을 마친 뒤 현역에서 물러난 뒤 KIA 넥센 두산 등에서 13년간 코치생활을 하다, 2019시즌을 앞두고 KT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선수들이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접전 경기를 많이 치렀다. 중간 계투들도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하며 발전했다. 지난 시즌 순위 경쟁한 힘이 오늘 여기까지 이끈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 MVP 출신이 사령탑으로 우승을 거둔 첫 감독이다. 그는 1996년 당시 해태에서 한국시리즈 1·2·5차전에 구원으로, 3·6차전에는 선발로 각각 나서 2승 1세이브를 올리며 MVP를 차지했다. 이 감독은 “사실 이번에 최초가 되고 싶었다. 김응용 감독이 갖고 계신 4승 1무 우승(1983년)도 경신하고 싶었다”며 “막상 우승을 하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것 때문에 이렇게 힘들에 왔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우승이 좋다. 다음에 또 해야겠다”고 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박경수 역시 우승 원동력을 선수단 전체에 돌렸다. 박경수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후회없이 했다”며 “잘해서가 아닌, 내가 받으면 스토리가 돼 받은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아니라 팀 KT가 MVP”라고 강조했다.

2003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박경수는 2015시즌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KT로 옮기며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22개)을 기록하는 등 전환점을 맞았다. 올해는 부진(타율 0.192)했지만,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몸을 날리며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의 타구를 잡는 호수비로 경기 흐름을 바꿨고 3차전에서는 5회 선제 결승 솔로포를 날려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최고령(37세 7개월 18일) MVP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감독님은 알아서 움직일 수 있게끔 하는 능력자다. 말년에 1할 타율을 치고, MVP를 받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화 이글스에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KT는 한국시리즈를 앞둔 이달 11, 12일 한화와 연습 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는 “정민철 한화 단장, 최원호 2군 감독께 정말 감사하다. 코로나19 때문에 연습경기가 힘들어 경기 감각이 아예 없었는데 수원까지 원정 와 우리와 경기를 해 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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