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만난 북미 3국 정상…협력 시동 걸었지만 복잡한 속내

입력
2021.11.19 19:33
백악관 "동맹 중심의 바이든식 외교" 의미 강조
기후위기·감염병 등 해결 위해 협력하기로 했지만
美 자국 전기차 지원책 등 민감 의제는 논외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정상이 5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로 멀어졌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첫 회담이다. 우선 3개국은 기후위기와 감염병 등에 대한 공동 대응부터 해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일하면서 서로 말할 시간을 갖는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언과는 달리, 주요 난제들은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맹의 친밀함을 강조하자 긴장의 지점들도 명확해졌다"(AP통신)는 평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3국 정상회의를 열었다. 친구라는 뜻의 스페인어를 사용한 '3 아미고스'로 불리는 이들 3국의 정상회의는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 시절인 2005년 시작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후 명맥이 끊긴 이 회의를,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되살린 것이다. 5년 만에 모인 만큼 트뤼도 총리는 "매우 단합된 미래를 위한 비전과 가치로 아주 강력한 유대를 가진 세 나라"라며 북미 3개국의 결속력을 강조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역시 3개국의 산업 기반을 함께 강화할 것을 다짐했다. 이들 정상은 내년에 멕시코에서 다시 모일 계획도 밝혔다.

이날 회의는 기후위기와 감염병 대응 등에서 성과를 냈다. 3개국은 성명을 통해 메탄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협의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또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에서 빌린 수백만 회 접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나라에 재분배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에 대한 공동대응 의지도 다졌다. 강제노동 의혹이 있는 중국의 신장 지역을 겨냥해, 강제노동으로 제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데도 뜻을 함께했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하다. 미 CNN방송은 "이번 회담에는 '방 안의 코끼리'(모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입 밖에 꺼내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표현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자국 자동차산업 지원 정책에 관해서는 세 정상 중 누구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이 자국산 전기차에 최대 1만2,500달러(약 1,481만 원)의 세액 공제안을 추진하자, 캐나다와 멕시코가 "과도한 혜택"이라며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저촉된다고 반발해 갈등을 빚었다. 미국 시장에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부품을 공급하는 캐나다 입장에서는 일자리 타격까지 우려되는 문제로, 모두의 관심사인데도 논의되지 않은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는 이민자 문제를 속시원히 풀지 못했다. 올해 들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중남미 이민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양국 모두 부담이 큰 데도 뾰족한 수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이 외에도 △바이든 행정부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원유를 보내는 '키스톤 XL 송유관' 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문제와 △화석연료 중심의 국영기업을 활성화해 전력 부문에서 국가 통제력을 높이려는 멕시코의 '전력산업법 개정안' 추진 등도 난제로 남았다. CNN은 "정상회담 부활이 동맹 관계를 새롭게 하겠지만, 극복해야 할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두 나라 모두 트럼프가 없어도 '미국 우선주의'의 잔재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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