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대체로 까다로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험지가 공개될 때부터 입시 전문가들이 국어, 수학은 물론 절대평가인 영어까지 어렵다고 진단했는데, 가채점 결과는 예상보다 더 낮았다.
1교시 국어영역은 전반적으로 6월 모의평가와 비슷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6월 모의평가에서 국어는 '불수능'으로 불렸던 2019년 수능 다음으로 어렵게 출제됐다.
공통영역은 지문 길이가 대체로 짧아졌으나 개념 추론 과정이 많아 다소 어렵게 느꼈을 수 있다. 선택영역에서는 지문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 정보량이 많아 문제 풀이에 시간이 다소 소요됐을 것으로 보인다.
국어영역에서는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다소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어영역 문제를 분석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 김용진 서울 동국대부속여고 교사는 "'화법과 작문' 선택자가 '언어와 매체'보다 많고 '언어와 매체' 선택 집단의 국어성적이 더 높다"며 "6·9월 모의평가에서 같은 원점수를 받았을 때 표준점수로 3∼4점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2교시 수학영역 역시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다. 공통과목은 고난도 문제가 줄어든 반면 중난도 문제가 늘어 단원의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려웠을 수 있다. 선택과목은 9월 모의평가에 비해 확률과 통계, 기하는 어렵게, 미적분은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 입시학원 유웨이는 "선택과목의 난이도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운 수준"이라며 "과목 간 난이도 차이를 줄이고 공통과목의 변별력을 높여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진단은 가채점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18일 오후 9시 기준 입시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국어는 1등급(상위 4% 이내) 커트라인이 82~85점(원점수 기준)으로 작년 88점에서 떨어졌다. 수학 역시 확률과 통계, 미적분 1등급 커트라인이 각각 86~90점, 81~86점으로 지난해 92점보다 뚝떨어졌다.
3교시 영어 역시 6·9월 모의고사보다는 쉬웠지만, 작년 수능보다는 훨씬 어려웠다.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영어는 원점수가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는데, 지난해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전체의 12.7%에 달해 매우 쉬웠다는 평가가 많았다. 종로학원 가채점 결과(18일 20시 기준) 1등급 예상 규모는 6.26%로 지난해 절반 수준이다.
올해 영어에서 새로운 유형은 없었지만, 2018년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개편 방향 및 고교교육 혁신 방향'에 따라 연계 문항이 모두 간접연계로 출제됐다. 지금까지는 EBS 지문이 그대로 출제됐지만, 올해는 그러지 않은 것이다. EBS 교재 연계율이 51.1%로 지난해 70% 대비 대폭 낮아졌다. 이 때문에 체감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졌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문·이과 통합에 따라 가채점으로 본인의 성적을 파악하기도 어려운데, 서울 주요 대학들은 백분위를 활용한 환산점수까지 적용한다. 선택과목별 유불리를 어떻게든 줄여 보겠다는 취지지만,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 수립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장 각 입시기관별 등급커트가 크게는 5점까지 벌어졌다. 공통과목, 선택과목에서 각각 몇 점을 받았느냐에 따라 같은 선택과목, 같은 점수를 받고도 등급커트가 달라지기도 한다. 올해 입시기관들이 공통과목‧선택과목 취득 점수별 등급커트를 따로 제시하거나 아예 등급별 ‘점수 구간’으로 공개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입시전문가들은 가채점 결과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고 대입전략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김창묵 경신고 교사는 "최소 2, 3개 이상의 가채점 서비스를 이용해보길 바란다"며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 3주간 가채점 결과를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지원 가능 대학 범위를 최대한 넓게 잡아 전형방법 등을 분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