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삼림 벌채 지역 농산물 수입 금지' 법안과 '빈국에 대한 쓰레기 반출 제한' 법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친환경 정책' 드라이브에 본격 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EC)는 17일(현지시간) EU 회원국이 농산물 등을 수입할 때 삼림을 파괴한 곳에서 생산되지 않은 사실을 증명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법안 적용 대상 주요 품목은 커피, 코코아, 콩, 쇠고기, 팜 오일 등이다. 프란스 티메르만스 EC 부의장은 "해당 품목들은 삼림 벌채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며 "삼림을 파괴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해 관련 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07~2016년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의 4분의 1은 삼림 벌채를 유발하는 임업과 축산업, 비료 생산 등에서 발생했다. 이번 법안에 담긴 조치가 실행되면, EU의 탄소배출량은 매년 3,190만 미터톤(MT)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3일 폐막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EU 회원국을 포함, 전 세계 105개 나라가 '2030년까지 삼림 벌채 중단'에 합의했다.
회원국 동의를 거쳐 법안이 유럽의회를 통과하면 관련 기업들은 생산지 추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수입 농산물이 지난해 12월 31일 이후 삼림 파괴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증명해야 한다. 기업들이 제공한 정보는 EU가 수집·관리하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기업에는 벌금이 부과된다. 파스칼 칸핀 유럽의회 환경위원회 위원장은 “유럽이 커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게 아니라, 유럽 시장에 들어오는 커피를 전부 ‘삼림 벌채 제로’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생산 과정을 바꿀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들에 2~3년간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마이티 어스(ME)'는 "이번 삼림파괴 방지 법안은 위험에 처한 세계 삼림을 보호하려는 싸움에서 큰 진전"이라고 환영을 표했다. 그러면서 "고무와 옥수수 등 삼림벌채의 주요 품목이 빠져 있다는 점에선 아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클레비 르 구이닉 환경운동가 역시 "삼림뿐 아니라 초원이나 습지 등 다른 생태계 보호 관련 내용도 (EU가 선언한 법안 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EC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가입국에 EU 회원국이 폐기물을 수출하는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는 법안도 마련했다. 쓰레기를 반출하지 않고도 재활용 등을 통해 유럽 내에서 처리하는 역량을 키우자는 취지다.
지난해 약 3,300만 톤의 쓰레기를 수출한 EU는 그중 절반 이상을 OECD 비가입국으로 보냈다. 이들 국가는 쓰레기 관리 규정이 대부분 허술하기 때문에, 수입한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돼 결국에는 환경 파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비르기니우스 신케비치우스 EU환경해양수산장관은 "EU 회원국이 쓰레기에 더 많은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잘못된 쓰레기 처리 방식이 야기한 문제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다만 쓰레기 수입국이 '친환경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는 계획을 내놓고 EU의 검사를 받으면 수출이 허용된다. OECD 가입국도 반입 쓰레기 탓에 현지 환경 문제가 불거지는 등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쓰레기를 통제할 수 없다고 판명되면 EU가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