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방역지원금) 철회 선언으로 한숨을 돌렸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야당은 물론 기획재정부와 각을 세우며 고조돼온 당정 갈등이 가라앉는 계기가 마련되면서다. 당정 갈등이 지속되면서 당청 갈등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 터였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철회 방침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선에 앞서 집권여당 후보가 제시한 공약과 관련한 결정을 언급하는 것이 '정치 중립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한 것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철회를 선언하기 전 페이스북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글을 공유했다. 이를 두고 여야 모두로부터 동네북 신세가 된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2006년 통계 조사 이래 최고의 소득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반가운 결과가 발표됐다"고 밝혔고, 문 대통령은 이를 공유하며 "살아나는 경기에 여러가지 정책 효과가 이상적으로 결합된 성과"라고 했다. 사실상 경제 컨트롤타워인 홍 부총리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철회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와대가 당정 갈등 해소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고 야당이 재난지원금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난색을 표해왔다. 이 후보와 민주당을 향해 홍 부총리 설득보다 야당과의 대화에 먼저 나서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역할론'에는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후보가 정부로부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쉽지 않다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선후보로서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을 도울 현실적 방안을 결단한 게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홍 부총리의 페이스북 글 공유와 관련해 "흠잡을 데 없는 경제지표가 나왔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좋은 소식을 알리기 위해 글을 공유한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