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데이트폭력' 증인대 선 故황예진씨 모친 "명확한 살인" 울분

입력
2021.11.18 18:00
피해자 모친 직접 증인 출석… CCTV·이메일 제시
"성인 동영상, 성병 및 임신 등 문제로 다툼 잦아"
"살릴 생각 있었다면…" 살인죄 공소장 변경 요청
피고인 흐느끼는 모습도… 부모·친구 탄원서 제출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사건 발생 전 피해자와 이성 관계 등을 두고 다퉜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인 고(故) 황예진씨의 모친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안동범)는 18일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31)씨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선 사건 발생 당시 CCTV 영상 재생과 황씨의 모친 A씨에 대한 증인심문이 이뤄졌다. 증인대에 선 A씨는 "CCTV 영상 분석 결과 일방적으로 계속된 폭행으로 사망한 명확한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이씨가 딸과 연락을 시작한 지난해 1월부터 주고받은 메시지와 이메일, 주변인 진술 등을 통해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A씨는 "이씨의 잦은 성인 동영상 시청과 여자 관계, 이씨가 황씨에게 옮긴 성병, 임신 가능성 등으로 싸우는 일이 잦았다"며 "사건 당일엔 딸이 다툰 내용을 친구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다퉜다"고 전했다.

A씨는 "영상에 포착된 폭행은 두 차례지만 사각지대로 갔을 때 주변 유리벽이 흔들리는 모습 등을 보면 119 도착 전까지 총 7차례 폭행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살릴 생각이 있었다면 응급조치 없이 1층부터 8층까지 머리가 부딪히고 목이 꺾이게 끌고 다니고 허위 신고와 알리바이 조작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A씨는 이씨가 피해자 이메일의 비밀번호를 바꿔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사건 발생 후 수차례 딸의 이메일 계정으로 로그인 시도가 있었다"며 "이메일에는 이씨가 자신의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딸을 '짐승X' '미친X' 등으로 욕하고, 사후 피임약 구입 방법을 묻는 대화가 저장됐다"고 말했다.

방청석에서는 황씨 유족과 지인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검사는 증인심문 전에 CCTV 영상을 재생하며 "이씨가 위협하는 상황에도 황씨는 바닥에 떨어진 커플링을 기어가서 챙겼는데, 피해자는 커플링을 소중히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고인 이씨는 이 대목에서 눈물을 훔쳤다.

이씨 측 변호인은 이날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 뒷머리를 잡는 등 도발했다"며 반박하고,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하는 부모와 친구 등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재판부가 '증인으로 선 피해자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이씨는 고개를 저었다. 변호인 또한 "피해자 변호인에게 연락하겠다"고 답했다.

다음 공판기일인 12월 13일에는 피고인 심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황씨 유족 측은 △살인죄로의 공소장 변경 △범죄심리학·응급구조학 전문가 증인심문 △현장검증 등을 재판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이씨는 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황씨와 말다툼 중 머리 등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이씨는 112 및 119에 전화해 황씨가 술을 많이 마셔 기절했다며 허위 신고도 했다. 의식을 잃은 황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8월 17일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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