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또 건드렸다. 유엔이 북한의 인권 침해를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17년 연속 채택한 것. 한 달 넘게 대외메시지 발신을 자제하고, 정세를 관망 중인 김정은 정권이 인권결의안을 빌미로 고강도 대미 공세를 재개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엔 제3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북한인권결의안을 회원국 전원동의로 채택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문과 정치범 수용소, 이동의 자유 제한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단행된 국경 봉쇄 탓에 북한 내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권리가 광범위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북한 지도부에 분명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감염병 확산에 더해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위해서라도 주민 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최고지도자 김정은’으로서는 치명타를 맞은 셈이다.
북한이 매번 인권 문제에 발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인권 이슈를 제기하는 자체를 ‘내정간섭’으로 보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앞서 1일 “유엔은 미국 담당 인권특별보고관부터 임명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시작으로 ‘미국은 인권유린의 왕초’, ‘집안단속부터 하라’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결의안 채택 움직임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외부세력의 인권 비판은 김정은 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북한은 최근 한류 등 외부문화 유입 차단을 통해 사상 단속에 열중하며 ‘수령 김정은’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인권결의안 채택 전부터 북한이 극렬히 반발한 만큼 미국에 대한 공세 수위도 한층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11일 김 위원장의 국방발전전람회 연설 이후 미국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해 왔다. 공격 논리는 이번에도 ‘미국 탓’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계속되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인권 악화의 근거로 삼으며 ‘역공’을 펴는 전략이다. 실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결의안에 열거된 인권침해는 북한에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적대시 정책의 결과물”이라고 단언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8일 “북한에서 인권문제 거론은 곧 수령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며 “대미 비난 강도를 끌어올리며 불만을 강하게 표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