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6ㆍ25전쟁 종전선언과 관련, 한미 간 협의가 막바지에 달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측도 종전선언 협의 결과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이 종전선언 추진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고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7일(현지시간)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 질문이 나오자 “종전성명(end-of-war statement) 문제에 관해 나는 매우 만족한다. 미국은 한국, 일본, 다른 동맹 및 파트너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길에 관한 협의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지는 질문에 “계속된 협의를 고대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하면서도 “우리가 함께 협의, 조율할 때 늘 평화와 안정에 있어 각 국 및 전 세계의 이익을 보장하는 좋은 결과를 도출한다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특파원 간담회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는 한미 간 빈틈 없는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현재 진행되는 협의 속도와 방향에 만족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9월 유엔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 추진 필요성을 제기한 뒤 한미 간 협의가 이어졌다.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에 (한미가)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지난달 26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발언 이후 한미 간 온도차도 감지됐다. 그러나 연말 이전에 한미가 문안 협의를 마치고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안한다는 계획에 속도가 붙고 있다.
문제는 가야 할 길이 멀었다는 점이다. 셔먼 부장관은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으며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 성취에 필수적이라고 믿는다”며 조건 없는 북미대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북한은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9월 24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라는 반응 후 북미대화 요청은 무시하는 상황이다. 대신 “종전선언에 앞서 이중적 태도ㆍ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같은 달 2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는 조건부 대화 제의로 역공에 나선 상태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대북제재 해제 같은 북한의 종전선언 선결조건을 한미 양국이 쉽게 수용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게다가 미국 역시 종전선언을 서두르는 분위기는 아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1월 중간선거 이전 북한에 양보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종전선언 추진에 적극 나서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외교안보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듣기로는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은 거의 다 만들어진 것 같다”면서도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나보니 미국이 (종전선언에)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한국 대통령이 관심이 있으니 협조해야 한다는 분위기더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