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정의가 달라질까. 이제 2회가 아닌 3회 주사를 맞아야 진정한 의미의 ‘접종 끝’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음 달 말이면 인류가 공식적으로 첫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지 딱 1년이지만, 감염병 기세가 좀체 꺾이지 않으면서 선진국 등을 중심으로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뉴 노멀(새 기준)’로 3차 접종이 자리를 잡는 사이, 백신 불평등도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백신 면역 약화와 감염병 재확산으로 부유한 국가들은 그간 두 차례 접종을 의미했던 완전 접종 기준을 재고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세 번째 접종을 의미하는 ‘부스터샷’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각국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만든 코로나19 백신을 수주 간격을 두고 2회 맞는 걸 ‘접종 완료’로 여겼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52.32%·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이 1회 접종을, 10명 중 4명(41.0%)이 2회 접종을 마친 상황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긴커녕 계속 맹위를 떨치면서 부스터샷을 찾는 나라도 늘고 있다.
유럽 등 일부 국가는 추가 접종 기준을 명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부스터샷까지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모든 면에서 여러분의 일상이 손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9일 “65세가 넘는 사람은 모두 12월 15일까지 추가 접종을 해야 백신 패스를 유지해 주겠다”고 언급하자, 갑자기 접종 예약이 쇄도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도 두 번째 백신을 맞은 지 9개월이 지나면 접종 완료 지위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부스터샷을 맞도록 유도하고, 이스라엘의 경우 접종 완료 6개월 안에 세 번째 접종을 해야 백신 패스 자격을 준다.
일단은 자국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각국 정부의 고육책 성격이 짙다. 그러나 지금도 심각한 부국과 빈국 간 백신 격차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저소득 국가의 백신 접종률은 아직도 4.6%에 불과한데, 부국에서 부스터샷까지 사실상 의무화해 버리면 ’백신 부익부 빈익빈’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주 “전 세계의 하루치 부스터샷이 저소득 국가에서 맞는 첫 번째 주사의 6배에 달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 관계자도 전날 영국 의회에 출석, 부국이 제약사에 비싼 값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백신을 쓸어간다고 비판하면서 “백신 공급 물량 중 아프리카를 포함한 최빈국으로 향하는 비중은 1%도 안 된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