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세웠는지도 모르는 ‘정상’의 잣대를 들이밀며 누군가를 평가하는 데 우리는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닌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지 않고 틀린 것으로 보았던가.
12인의 글로 엮인 ‘다름과 어울림’은 다양한 개개인을 존중하고 포용할 방안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이다. 저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다름을 존중하지 않는 현실을 꼬집고 대안을 제시한다.
예컨대 박지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방송에서의 성 소수자 재현에 대한 무관용, 동성 간 성애 표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 문제를 비판한다. 이러한 무관용과 중징계는 성 소수자의 욕망을 비정상적으로 규정하고 삭제시킴으로써, 이들을 없는 존재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다양성을 포용해야 하는가. 책에서 윤태웅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차별로 인한 고통을 동료 시민이 더 이상 받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또한 “고정관념이 줄고 정보는 더 개방적으로 교환될 수 있다. 서로 다른 관점이나 문제해결 방식이 창의적으로 융합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대현 영화평론가는 “문화적 취향의 확대가 지식과 교양, 생각과 가치관을 넓고 깊게 만들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시선을 가지게 한다”고 설명한다.
프롤로그에서의 민지영 라디오 PD의 말처럼 ‘있는 그대로 살아도 괜찮은 세상’은 올 것인가. 모두가 개개인으로서 행복할 수 있는 사회는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기 시작할 때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