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원 기수가 의혹 제기했던 마사회 전 간부·조교사 무죄

입력
2021.11.17 16:28
재판부 "혐의 인정할 수 있는 증거 부족"

한국마사회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산경남경마공원 문중원 기수 사건과 관련해, 조교사 개업 심사 과정에서 특혜를 주고 받은 혐의로 기소된 마사회 전 간부와 조교사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단독 김석수 판사는 1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전 경마처장 A씨와 조교사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A씨가 2018년 8~10월 조교사 개업 심사를 앞두고 응시한 2명에게 면접 발표 자료를 받아 미리 검토해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판사는 그러나 이들의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조교사 2명에게 격려나 조언을 한 정황은 알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자료 수정 등을 지시한 것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이들의 행동이 윤리적으로는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으나, 마사회 측이 조교사 개업 심사 계획을 사전에 부산경남본부와 협의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조교사 선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중원 기수는 2019년 11월 조교사 개업 비리와 부정 경마 등에 비리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서에 A씨 등이 언급되면서 관련 수사가 진행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재판 후 기자회견을 통해 “재판부는 문중원 열사 죽음의 책임자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했다”면서 “마사회의 적폐 세력을 처벌하지 못한다면 법과 정의가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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