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회사에 안전담당이사가 있다해도 '경영책임자'인 대표이사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500인 이상 사업장은 안전·보건 관리 업무만을 전담하는 최소 2명 이상으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17일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배포했다. 내년 1월27일 법 시행을 앞두고 중대산업재해 관련 용어에 대한 정의와 기업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엮어 정리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가장 큰 특징은 사업주 외에 경영책임자에게도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부여하고, 노동자가 재해를 입은 경우 책임을 묻도록 한 것이다.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이로 인해 산업계에선 안전보건 담당 이사를 별도로 두면 대표이사는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고용부는 해설서를 통해 "안전담당이사라는 명칭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의무가 면제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안전담당 이사가 있다 한들 최종 결정권자로서 대표의 궁극적 책임은 안 없어진다는 얘기다.
또 500인 이상 사업장에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을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되 그 인원이 '최소 2명 이상'이 돼야 한다 못 박았다. 사업장 현장의 안전관리자 등과 별도로 안전·보건 업무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전담 인력과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고용부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자리와 조직을 만드느니, 관련 업무만 전담할 수 있도록 근무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노동계에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경영계가 주장하던 경영책임자 등의 범주에 현장소장이나 공장장 등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표이사가 법 적용 대상임을 분명히 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도 "혼선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 이번 해설서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여전히 구체성이 부족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선임한 경우에도 사업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주체 및 처벌대상이 되는지 여전히 불명확하다"며 "산업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설서의 주요 내용을 Q&A로 정리했다.
-안전담당이사를 별도로 두면 대표는 처벌받지 않을 수 있나.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이 있는 자에게 의무와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따라서 조직, 인력, 예산 등에 대한 관리와 결정권을 최종적으로 누가 갖느냐가 핵심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대표이사가 이런 권한을 갖고 있다. 단지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선임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표이사의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
-사건, 사고가 아니라 질병으로 숨져도 중대산업재해인가.
"직업성 질병에 의한 사망도 중대산업재해에 포함된다. 다만 고혈압이나 당뇨, 생활 습관 등이 아닌 업무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명확해야 한다."
-배달 라이더가 사망하면 배달업체 대표도 처벌받나.
"배달을 대행 또는 위탁하는 개인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도 노무를 제공하는 배달종사자에 대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다만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배달 업무의 속성을 살펴 판단하게 된다."
-사무직만 있는 회사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나.
"법 제3조에서 중대산업재해의 적용범위를 정하면서 산업이나 업종은 고려하지 않았다. 따라서 법 제4조에 따른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는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인 모든 사업과 사업장에 적용된다. 다만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사업이나 사업장 특성에 따라 다르게 만들 수 있다."
-안전·보건 전담 조직은 몇 명으로 구성해야 하나
"최소 2명 이상이다. 전담 조직은 사업장, 현장별로 둬야 하는 안전관리자 등과 그 의무와 역할이 달라 별도 인력으로 구성해야 하고, 관련 업무에만 투입돼야 한다. 겸직을 하더라도 실제로 관련 업무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입하는지가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