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네이버·다음 뉴스서 연합뉴스 못 본다

입력
2021.11.17 18:04
연합뉴스 반발에 언론단체 "사필귀정"
벌점 6점 이상 재평가…연합뉴스 누적 130점
"밀실 심사·폐쇄적 운영"…'제평위' 향한 비판도

이른바 '기사형 광고' 2,000여 건을 송출했다가 네이버·카카오(다음)에서 퇴출된 연합뉴스가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주자들까지 가세해 확전되는 모양새다. 언론 위에서 언론으로 군림하고 있는 포털의 뉴스 유통 과점과 과도한 영향력, 언론사의 포털 진입과 퇴출을 결정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우월적 지위에 대한 지적이다. 아울러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자유 위축까지 걱정한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다.


연합뉴스의 피해자 코스프레? "자성부터 해야"

포털 퇴출이 억울한 연합뉴스와 달리 여론은 싸늘하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매년 약 300억 원의 재정보조금을 받아온 연합뉴스가 기사를 사칭한 광고를 내보내 수익 창출의 도구로 삼고, 독자를 기만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탓이다. 알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기사를 사유화, 영리화한 데 대한 자성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서울YMCA,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한국소비자연맹, 한국YWCA 등 6개 단체는 17일 성명을 내고 "이번 제평위 결정에 따른 계약 조건 변경이 마치 포털과 제평위가 연합뉴스에 대해 '이중 제재'를 하고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정치권을 동원해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평위는 지난 12일 연합뉴스의 뉴스제휴 자격을 최소 1년간 네이버에선 '뉴스스탠드'로, 다음에선 '검색'으로 강등했다. 지난 9월 8일부터 32일간 포털 노출 중단이라는 전례 없는 고강도 제재를 받은 연합뉴스는 이번 제평위 결정이 이중 제재라는 입장이다. 이에 이들 단체는 "포털뉴스 창에서 연합뉴스를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가 제공하는 별도 게시판인 '뉴스스탠드'나 카카오의 검색을 통해 연합뉴스를 볼 수 있다"며 "정치권을 이용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제재가 언론자유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포털과 연합뉴스의 계약 위반에 관한 '기사형 광고'에 대한 판단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합뉴스 퇴출 결정은 어떻게 이뤄졌나

앞서 제평위는 연합뉴스에 대해 32일 포털 노출 중단과 함께 재평가(퇴출 평가)를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재평가는 벌점이 6점 이상 누적된 언론사를 대상으로 입점 때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다. 연합뉴스의 누적 벌점은 130.2점으로 알려졌다. 애초 제평위의 입점 심사는 까다로운 진입으로 언론사의 원성을 사온 데다 양질의 기사를 밀어내는 어뷰징(중복·반복 전송) 등 수준 낮은 기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최근 분위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제평위 심의위원회는 제휴 규정에 따라 △기사 생산량 △자체 기사 비율 △윤리적 실천 의지 등의 정량평가(20%)와 △저널리즘 품질 요소 △윤리적 요소 △이용자 요소 등이 포함된 정성평가(80%)로 심사한다. 평가 작업에는 한 매체당 무작위로 배정된 평가위원이 최소 9명씩 참여했다. 이들이 매긴 점수 중 최고점수와 최저점수를 제외한 평균 점수가 80점 이상이어야 전재료를 받으면서 기사를 제공하는 '뉴스콘텐츠' 제휴를 맺게 된다. 포털이 별도 게시판을 제공하는 '뉴스스탠드'는 70점, 포털에서 검색되는 '뉴스 검색'은 60점을 넘어야 제휴 평가를 통과한다. 재평가 결과 연합뉴스는 70점대에 머물렀고, 네이버에선 뉴스스탠드로, 다음에선 검색으로 제휴 자격이 강등된 것이다. 제평위 결정에 따라 언론사와의 제휴를 끊을 수 있다는 약관을 내세운 포털은 연합뉴스에 '뉴스콘텐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15일 네이버와 카카오를 상대로 '계약해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언론 그 위의 언론, 제평위는 문제없나

제평위도 비판에서 자유롭진 않다. 2015년 출범 이래 개혁부터 해체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요는 제평위가 제휴 과정에서 지역 언론을 차별하고, 여론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상황에서 지역, 장애인, 소수자 등을 대변하거나 탐사보도 등을 전문으로 하는 군소 언론사는 독자에 가닿기 위해 '포털 문턱'부터 먼저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제평위가 공정한 심사를 통한 좋은 저널리즘 육성보다는 포털이 만든 콘텐츠 제휴 가두리양식장에 물고기(입점 언론사)를 선별해 공급하는 양식업자로 전락했다"는 언론계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포털 진입은 자유롭게 하되 어뷰징이나 '기사 아닌 기사'를 쓰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제재와 퇴출을 통해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현재 연합뉴스에는 유리하지 않은 논지다.

또한 제평위는 특히 심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밀실 심사와 폐쇄적 운영으로 비판받아왔다. 심사 대상인 언론사 관계자가 제평위에 참여하는 것 역시 '이해충돌' 문제가 제기된다.

아울러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지역언론 종사자는 "제평위는 사실상 포털의 방패막이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언론으로 인식되는 포털이 자신들의 막중한 책무를 다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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