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내년 상반기에 코스피 시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생명보험사 '빅3' 가운데 마지막 비상장사였던 교보생명의 등판으로 내년 IPO 시장도 달궈질 전망이다. 다만 교보생명이 사모펀드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니티)과 벌이는 분쟁 결과에 따라 IPO가 급제동 걸릴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 있다.
교보생명은 17일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2018년 추진했던 IPO를 3년 만에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다음 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IPO를 마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어피니티와 진행 중인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분쟁'에서 사실상 승소하면서 IPO에 속도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의 IPO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어피니티가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1주당 24만5,000원에 사면서 IPO 이슈가 본격 거론됐다. 당시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쓸 수 있는 풋옵션을 신 회장과 체결했다.
교보생명이 2018년 하반기 IPO 추진을 공식화하자, 같은 해 9월 어피니티가 풋옵션을 주당 40만9,912억 원에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어피니티가 교보생명 경영권을 위협하는 '흑기사'로 부각되면서 촉발한 풋옵션 분쟁이 리스크로 작용해 결국 IPO는 물 건너갔다.
이번에 교보생명 IPO가 재추진되는 건, 어피니티와의 풋옵션 분쟁이 9부 능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국제상사중재위원회는 지난 9월 "교보생명은 어피니티가 요구한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교보생명으로선 어피니티에 1주당 16만 원 넘게 더 얹어 줘야 하는 상황을 피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내년 IPO 시장의 대어로 떠올랐다. 통상 금리 상승기에 보험사 주가가 오르는 점을 고려할 때 IPO에도 나쁘지 않은 환경이다. 교보생명은 IPO로 조달한 자금을 △신사업 투자 △주주이익 실현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다만 IPO 성사까지는 변수가 남아 있다. 교보생명은 현재 어피니티가 신 회장에게 건 주식 가압류가 풀려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주식 가압류 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북부지방법원이 신 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더라도 어피니티가 항소하면 IPO 일정도 밀릴 수 있다. 교보생명 사외이사인 이철주 어피니티 부회장은 전날 이사회에 참여했으나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니티가 주식 가압류를 두고 법적 공방을 지속한다면 IPO 방해 세력으로만 남을 것"이라며 "어피니티도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협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