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으로 대면강의에 나선 대학이 늘어나면서 서울 대학가 원룸 임대시장에 다시 숨통이 트이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학과 고시촌이 밀집한 서울 관악구의 올해 10월 월세 거래량(전용면적 60㎡ 이하)은 702건으로 지난해 동기(672건)보다 4.4% 증가했다. 중앙대와 숭실대 등이 위치한 동작구는 같은 기간 원룸 월세 거래가 306건에서 358건으로 16% 늘어났다.
서대문구(명지대·연세대·이화여대 등)와 동대문구(경희대·서울시립대·한국외대 등)의 경우 지난해 각각 151건, 172건에서 올해 132건, 170건으로 거래가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전월세 거래는 계약 후 30일 이내에 신고가 가능한 만큼 집계가 완료되면 올해 거래량이 지난해 거래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관악구 봉천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획기적인 변화는 아니지만 한 통도 없던 원룸 문의가 이번 주만 3, 4건 있었다"면서 "집주인과 동료 중개사의 기대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주에는 한 학생이 연말부터 살 자취방을 보러 왔었다"며 "분위기가 바뀌는 게 조금씩 체감이 된다"고 전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교육분야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방안'을 통해 각 대학들에 대면수업 확대를 권고한 바 있다. 서울대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고려대 등은 10월 말부터 50명 내외의 소규모 강의에서 대면수업을 허용했다. 다가오는 겨울 계절학기부터는 대면수업 원칙으로 시범운영한 뒤 내년 봄학기부터 전면 대면수업 원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고시촌을 비롯한 학원가도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일대 원룸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에는 법학원이나 고시학원들이 인터넷 강의를 중심으로 운영해 원룸을 구하는 고시생도 거의 없었다"며 "최근에는 법무사, 감정평가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문의가 꽤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5)씨는 "대면수업을 듣는 게 부담이 돼 지난 5월부터 인터넷 강의로 감평사 시험을 준비했는데, 함께 준비하는 친구들도 대면수업을 듣기 시작하는 분위기라 학원 근처 원룸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위드 코로나'의 실제 효과는 내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대학가 원룸 계약은 새 학기 시작 전인 12월부터 1, 2월에 이뤄지는 만큼 대면강의 전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성북구 안암동의 공인중개사 최모(45)씨는 "학기 말이라 방을 구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코로나19로 수도권 외곽지역에 거주하면서 학교 근처에 원룸을 구하는 학생들이 대폭 줄었는데 내년에는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동의 중개업자 B씨는 "15실 중에 5실이 공실이었던 한 건물주는 2, 3개월 단기 계약으로 돌렸는데 대면강의 확대 소식에 다시 1년 이상 계약으로 전환했다"며 "빈 방을 깨끗이 청소하면서 내년부터 학생들이 돌아올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