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바로 보기 | 9부작 | 12세 이상
남녀가 결혼식을 막 치른다. 식을 마친 후 차를 몰고 한적한 교외 저택으로 향한다. 안락해 보이는 2층 신혼 집이다. 신부는 완다(엘리자베스 올슨), 신랑은 비전(폴 베타니)이다. 마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 나왔던 슈퍼히어로들이다. 완다는 마법을 지닌, 스칼렛 위치라는 별칭을 지닌 인물이다. 비전은 인간의 감정을 지닌 안드로이드다. 둘은 서로 연정을 품고 있는 사이. 슈퍼히어로 생활을 벗어나 결혼하는 게 딱히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잠시만. 뭔가 이상하다. 비전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 우주 악당 타노스(조시 브롤린)에 맞서 싸우다 죽었다. 흑백화면이 심상치 않기도 하다. 화면 속 시공간 역시 수상쩍다. 1960년대 풍경이다. 완다와 비전은 1960년대 이미 눈이 맞아 사랑을 나누고 결혼까지 한 걸까.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본 사람들이라면 물음표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신혼생활을 하는 완다와 비전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달력에 중요한 날인 듯 하트가 그려져 있다. 결혼 1주년을 의미하는 것일까, 누군가의 생일을 표시한 것일까, 아니면 첫 만남을 기념하는 날일까. 완다와 비전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완다와 비전은 좌충우돌하며 신혼생활을 즐긴다. 이웃들에게는 슈퍼히어로라는 정체를 숨겨야 하니 여러 해프닝이 벌어진다. 완다와 비전의 우스꽝스러운 언행은 시트콤 속 등장인물들 같다. 그들이 웃길 때마다 화면 밖에서 기계적인 웃음과 박수가 추임새처럼 쏟아진다. 21세기 지구를 지키기 위해 맹활약하던 완다와 비전이 20세기 시트콤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시청자들은 곧 깨닫게 된다. 완다와 비전이 누리는 달콤한 신혼이 현실과 동떨어진 일일지 모른다고. 마을 경계에는 이상한 전기자장이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밖은 현대다. 완다와 비전의 행복은 위태롭다.
‘완다비전’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이야기다. 어벤져스가 우주 생명체 절반을 없애려 했던 타노스의 악행을 막은 덕분에 지구는 예전으로 돌아갔으나 여전히 혼란스럽다. 슈퍼히어로 몇몇은 세상을 떠났고, 누군가는 은퇴를 자청했다. ‘완다비전’은 완다와 비전, 특히 완다의 서글픈 사연을 통해 ‘엔드게임’ 이후 혼란과 상실감, 슬픔을 그린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마블 캐릭터들로 구축한 독창적인 세계ㆍMCU)에서 사랑은 대사 몇 마디, 동작 몇 가지로 묘사되고는 했다. 반면 ‘완다비전’은 슈퍼히어로들의 농밀하고도 눅진한 감정들을 세밀히 풀어낸다. 화면에 배인 감정들은 때론 유쾌하나 대체로 애틋하고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