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16세 소녀가 수개월 동안 무려 400명한테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 신고가 관련 기관에 접수됐다. 인도가 '여성 대상 성범죄가 만연한 국가'라는 악명이 높다 해도, 기존 사건들보다 피해 정도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에서 신고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커다란 파장이 일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인도 아동복지위원회(CWC)는 한 16세 소녀가 인도 서부 지역에서 4~6개월간 노숙생활을 하며 약 400명의 남성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11일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가해자를 다 찾긴 힘들겠으나, 현재까지 약 25명을 지목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인도 경찰은 이와 관련, 미성년자 1명을 포함해 총 8명의 남성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현재로선 '신고 접수' 상태로 사실로 단정하기 힘들지만, 그 자체로도 말문이 막힐 정도다. 우선 피해자가 노숙을 하게 된 이유부터 경악할 만하다. 해당 소녀는 13세 나이에 자신을 성폭행한 33세 남성과 강제로 결혼해야만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심지어 부친한테까지 성폭행을 당한 탓에, 결국 집을 뛰쳐나가 버스정류장에서 생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 2명은 경찰관이었다. 게다가 피해 사실을 신고하려 했으나, 경찰이 접수조차 하지 않은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공권력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여성 인권 운동가인 요기타 바야나는 이 사건을 접한 뒤 "경찰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다. 모든 범인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에선 극악무도한 성범죄가 빈번히 발생해 왔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 자료를 보면, 지난해에만 여성 강간 사건이 2만 8,000건 이상 보고됐다. CNN은 "18분마다 성폭행 사건이 한 건씩 발생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지난 9월 마하라슈트라주(州)에서 15세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남성 33명이 경찰에 체포됐고, 8월에는 카스트 최하층인 불가촉천민(달리트) 9세 여아가 집단 강간을 당한 뒤 살해되는 끔찍한 일도 벌어졌다. 2012년 수도 뉴델리의 한 버스에서 발생한 여대생 성폭행·살인 사건을 계기로 이듬해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2018년엔 '피해자가 12세 미만 아동일 땐 최고 사형에 처한다'고 형량을 높였는데도 성폭행 근절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그 배경에는 뿌리 깊은 카스트 제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국제여성인권단체인 '이퀄리티나우'는 보고서를 통해 "인도에서 매일 달리트 여성 10명 정도가 성폭행을 당한다. 이중 80%는 지배 계급이 가해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배 계급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 탓에 가족과 지역사회도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신분'과 관련한 인도의 보수적 문화 때문에 여성이 성범죄를 당한다 해도, 가해자 기소로 이어지는 경구가 극히 드물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