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에 사는 이모(42)씨는 최근 동네에서 가격 경쟁을 벌이던 주유소들 간 기름값이 크게 벌어진 현상을 목격했다. 이달 초까지 나란히 휘발유 1리터(L)를 1,800원 안팎에 판매했던 주유소 두 곳 가운데 정유사 직영인 A주유소는 빠르게 유류세 인하가 적용돼 최근 L당 1,600원대 초반 수준으로 가격을 내렸지만,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B주유소 휘발윳값은 이전 가격과 동일했다. 자연히 손님들은 L당 150원을 절약할 수 있는 A주유소로 몰렸고, B주유소 손님은 크게 줄었다. 일시적이지만 A주유소가 유류세 인하 효과를 먼저 보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시행된 지 닷새를 넘겼지만 시중 주유소의 기름값에선 여전히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를 즉시 반영한 정유사 직영 주유소나 알뜰주유소와 달리 자영업으로 운영 중인 일부 주유소에선 아직까지 미반영된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어서다. 최근 국제유가가 3년 만에 가장 높은 배럴당 80달러 초반대까지 상승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치솟자, 정부는 지난달 26일 역대 최대 폭인 유류세 20%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유류세 인하 적용 차이는 현장에서도 직접 확인됐다.
실제 이날 기준 서울 영등포구 내 주유소들의 경우 유류세 인하가 적용된 도림주유소(알뜰주유소), 영등포제일셀프주유소, 성락주유소, 남서울고속주유소(이상 정유사 직영)까지 4곳의 휘발윳값은 구내 최저가인 1,614원에 거래된 반면 같은 지역 내 일부 주유소에선 L당 2,200원대에 거래되는 등 최저가 주유소들에 비해 최대 600원 이상 높은 값에 판매됐다. 주유소별로 책정한 마진에 따른 영향도 크지만, 평소 비슷한 가격에 거래됐던 주유소들 사이에서도 최근 소비자 가격이 벌어지면서 알뜰 및 직영주유소에 손님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 가운데서도 가장 뚜렷한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은 한국석유공사에서 운영하는 알뜰주유소다. 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6일 기준 알뜰주유소 평균 휘발윳값은 L당 1,643.47원으로, 유류세 인하 시행 직전 가격(1,781.99원)에 비해 평균 138.52원 내렸다. 50L를 주유할 경우 유류세 인하 전보다 약 7,000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자영업자 주유소가 많은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K에너지, S-OIL 등 민간 정유사는 같은 기간 평균 휘발윳값이 89.66원(S-OIL)~97.4원(현대오일뱅크)가량 떨어졌다.
업계에선 이 같은 차이를 주유소별 유류세 인하 적용 기름의 입고 시기에 따른 것으로 설명한다. 이어 2018년 유류세 인하 조치 당시에도 전국 주유소에서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까지 최대 2주 정도 걸린 점을 감안했을 때, 이달 말쯤엔 전국 모든 주유소에서 유류세 인하효과를 체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류세 인하 첫날인 12일 L당 1,768원이던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도 떨어지면서 이날엔 1,707원까지 내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유류세 인하로 휘발유 기준 L당 164원을 낮췄다”며 “자영업자 주유소도 90~100% 반영되려면 약 4~5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