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 명 간호사 현재는 20명... 병상 20% 여유있지만 의료진 부족해 사용 못해"

입력
2021.11.17 08:00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정부 '위드 코로나' 준비 부족 비판
"의사 4명 사직·1명 병가...간호사 4분의 1로 줄어"
"즉시 사용 병상 집계 정부와 괴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작하기 전 병상이나 의료 인력 등의 준비가 소홀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병상이 25%가량 여유 있어도 의료진이 부족해 즉시 사용 가능한 병상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예방접종 완료율이 80%쯤 도달했던 11월 1일 시행한 시점 자체는 아주 적절했지만, 준비 기간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5,000명 정도를 감당할 수 있는 의료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최근 평균 2,200~2,300명 상황에 부하를 느꼈다""그렇다면 우리가 계획했던 전략과 실제 현장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뜻이라 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 거리를 빨리 좁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공공병원 6곳이 하나의 법인으로 있는 경기도의료원은 지난해 이후 모든 일반 진료를 중단하고 코로나19에 완전히 동원돼 현재 코로나19 병상 가동률이 6개 병원 합쳐 88% 정도 된다"며 "추가적으로 더 확장하기에 여력이 없는 조건"이라고 털어놨다. "거의 포화상태에 가까워 주변에서 확진받은 뒤 바로 당일이나 다음 날 아침에 병상으로 가지 못하는 사례가 전달되고 있다"고도 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이 76.1%로 "여력이 있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임 원장은 안성병원의 예를 들며 실제 이용 가능한 병상 수는 이보다 적다고 주장했다.

임 원장은 그 주요 원인으로 의료진 부족을 꼽았다. 그는 "172개 일반병상을 중증 병상으로 제공하는데 오늘 아침 기준 142명에 서비스하고 있어 (가동률이) 82% 남짓 되나 그 이상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워진 맥락이 있다"며 "지난봄 이후 6개월 사이 의사 네 분이 사직했고, 한 분은 질병으로 병가에 들어가 의료진이 부족해졌다"고 털어놨다. 또 "여름까지만 해도 파견돼 있는 간호사가 70~80여 명 있었지만 지금은 20명 남짓 정도 계신다"고 했다. 의료진 부족으로 병상이 있어도 활용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행정명령 이행 4주 정도 걸려...확진자 3,000명 넘으면 위험"

임 원장은 "(코로나19) 소강 상태 때 정부와 지자체들이 파견 인력을 줄인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문제는 병상만 있다고 진료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력이 적정한 수준으로 항상 유지돼야 하나 확진자가 지난 한두 달 사이에 늘어난 상황에서 (부족한) 인력을 재배치 또는 재조정하기에는 속도를 뒤따르기가 어렵다"며 "그런 괴리가 있어 저희 병원도 20% 정도의 병상을 원하는 만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즉시 사용 가능한 병상 수는 정부 집계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만큼 여유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5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내린 병상 확보 행정명령도 시간 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행정명령이 발동되면 (병상이) 언제 확보되느냐"며 "지난 3차 유행 때 처음으로 행정명령이 있었고, 지난 8월에도 있었는데, 저희 경험을 토대로 평균 4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시설 공사를 다시 해야 되기 때문이다. 임 원장은 "동선도 다시 만들고, 이동형 음압기도 병실마다 설치해야 하고, 인력도 교육훈련을 받아 재배치해야 된다"며 "이 과정이 빨라도 3주 정도, 평균적으로 4주 정도 걸려, 그 시간 사이가 초과 사망이 발생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걱정했다.



"효과 컸던 지역 이송, 중환자에게는 매우 위험"

'전국 차원에서 보면 병상 수나 의료인력이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 위중증 환자를 여유 있는 곳으로 보내려고 했던 정부 전략 아닌가'라는 질문에 임 원장은 "사용했던 전략이고 일정 부분 유효했다"면서도 "문제는 과거에 그 전략을 주로 생활 치료 센터나 일반 병실에서 사용했다"는 차이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에 경기도 환자들이 때론 목포로 대구로 갔지만 중환자가 아니어서 3, 4시간 이동이 고생스럽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며 "중환자를 앰뷸런스에 태우고 2, 3시간 이동시킨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라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순 없다. 지역 내에서 해소하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비상 방역조치를 취해도 다음 날 유행 감소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몇 주 걸리니 앞으로 몇 주가 위험한 고비가 될 수 있다"며 "운이 좋아 확진자가 지금처럼 2,000명 내외를 이번 주, 다음 주 지속한다면 크게 위험하지 않겠지만, 3,000명 혹은 그 이상이면 가정과 요양원, 요양병원, 복지시설 같은 곳에 대기자가 발생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박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