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산업구조 개편 폭풍 속에서 희망이 된 일자리 만들기 노력

입력
2021.11.22 04:30
17면
'2021 일자리 어워드' 수상 기관들

10월 14~16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일자리 엑스포’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엄격한 방역수칙이 시행되는 불편함을 무릅쓰고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이 연인원 1만2,000명을 넘을 정도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산업구조 고도화와 자동화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와중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에서, 일자리 엑스포 행사장에서는 3일 내내 일자리 만들기와 찾기 위한 모색이 이어졌다.

일자리 엑스포에 참가한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이 정성껏 준비한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기 지역의 일자리 문제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고민과 노력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관람객들의 진지한 질문과 이에 대해 성실히 답하는 부스 담당자들의 모습에서 일자리 문제는 해결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라는 희망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자리 어워드 수상 지자체와 기관들의 노력의 결과를 하나하나 소개한다.


일자리위 부위원장상 경남·전남 장애인고용공단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상은 경상남도 전라남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돌아갔다.

경남은 구조조정의 충격을 가장 크게 입은 지역 중 하나다. 지역의 자부심이었던 조선·해양플랜트·항공 산업 모두 침체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전국 최초로 고용노동부와 협약을 맺고 ‘지역특화형 긴급 직업훈련 시범사업’을 시행하며 일자리 지키기에 나섰다. 그 결과 408개 훈련과정에 8,000여 명이 직업훈련에 참여하며 직업 전환에 대비하고 있으며, 항공 분야는 취업자 수가 큰 변동 없이 유지되며 우수 인력 이탈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거두었다.

전남은 대기업이 집중된 여수 순천 광양을 중심으로 ‘전남 잡 스퀘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숨은 구직자들을 적극 발굴해 지역 기업과 연결해주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또 취업 취약계층, 청년 구직자, 중장년 등 대상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 프로그램도 갖추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확산될 ‘디지털 고용체계’에 취업자들의 빠른 적응을 돕기 위해 디지털 고용 플랫폼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취업 취약계층인 중증장애인의 취업과 비장애인의 취업을 함께 늘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관람객과 일자리 어워드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중증장애인 취업자의 업무를 지원하는 ‘근로지원인’ 제도를 통해 비장애인 취약계층 8,977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는 2017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상 전북과 충남 논산시

행정안전부 장관상은 전라북도와 충남 논산시가 받았다.

전북 역시 지역 일자리를 지탱하던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침체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전국서 유일하게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상생협약을 도출하고, 대기업이 빠져나간 생산시설에 명신 전기차와 에디슨 모터스 같은 중견 중소기업을 유치하며 상생형 일자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미래형 전기자동차 생산시설로 전환에 성공하며 미래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충남 논산시는 지역 특성을 살린 일자리 만들기의 모범 사례이다. 강경 등 근대문화 유적이나 탑정호 출렁다리 등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들 방문객들이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게 유도하고, 교통 숙박 음식 등 방문객과 지역민이 상생하는 일자리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재부 상 콘텐츠진흥원, 과기부 상 경북 지방공기업평가원

기획재정부 장관상을 받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애니 방송 게임 만화 문화기술 실감콘텐츠 등 장르별 제작 지원 등으로 3,500명이 넘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은 경상북도와 지방공기업평가원에 돌아갔다. 경북은 사회적 경제 청년 일자리사업 참가 청년 297명 중 75%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전담매니저를 배치해 현장지원과 멘토링 수요 맞춤형 컨설팅 등 꼼꼼한 준비가 있었다. 지방공기업평가원은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 청년채용 확대와 취약계층 고용안정 보장 등에 적극 나선 점이 돋보였다.


문체부 상 마포·인천국제공항, 산업부 상 경기 안산·청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서울 마포구는 방송국이 밀집한 지역적 특성을 살려 이 분야 기본 소양을 갖춘 청년을 선발해 직무 실무 교육을 거쳐 관련 분야 기업에 취업시키는 ‘마포형 청년 일자리사업’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동 수상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코로나19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곳이지만, 2년간 2조 원의 공항 입주업체에 대한 임대료 감면과 1만 명의 정규직 전환 등 어려움 속에서도 상생 노력을 지속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한 경기 안산시는 오래된 공실상가를 리모델링해 창업공간으로 조성하고 노인일자리 초기 투자비 공모사업 등을 펼쳐 재정 효율을 높였으며, 화상면접 시스템인 ‘919 취업광장’을 구축해 기업과 구직자 연결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공동 수상한 충북 청주시는 연구기관들이 인접한 지역 특성을 살려 첨단 분야의 전문 인력을 유치하고 산업전문 인력 양성에 주력했다. 또한 콘텐츠코리아랩 운영, 영상문화사업 지원, 글로벌게임센터 운영 등 문화사업 일자리 창출에도 나서고 있다.

고용부 상 부산·부평, 중기부 상 송파·산업인력공단

고용노동부 장관상 수상 기관인 부산광역시는 비대면 일자리 매칭 플랫폼을 활용해 대규모 채용행사와 상설 온라인 채용관을 운영하며 입사지원에서 면접까지 온라인으로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공동 수상한 인천 부평구는 취업난 속 위축된 청년들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사업을 펼쳤으며, 청년의 구직활동 공간인 ‘청년공간 유유기지 부평’을 운영하며 창업, 공모전, 스터디, 동아리 활동부터 영상제작을 위한 촬영지, 작품 전시, 여러 기관의 면접 장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은 서울 송파구는 청년 맞춤형 취업 플랫폼 문정비즈밸리 일자리허브센터를 통해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청년을 연결하고 지역특화 일자리 등을 연결하고 있다. 또 청년 맞춤형 창업지원 플랫폼 송파ICT청년창업지원센터도 성공적으로 운영해 타 기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공동 수상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공정 채용, 직무능력 중심 블라인드 채용’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능력 중심 채용 모델을 개발해 기업에 보급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 채용공고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제도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정영오 기자 young5@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