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대기] 심준석 살린 9회 대역전극…덕수고, 15년 만에 봉황 품었다

입력
2021.11.1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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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강호' 덕수고가 49번째 '초록 봉황'을 품으면서 올 시즌 마지막 전국대회의 주인공이 됐다.

덕수고는 1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9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유신고와의 결승전에서 9회초에만 4점을 얻는 뒷심을 발휘하며 7-5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1994년(덕수상고)과 2006년(덕수정보고)에 이어 15년 만에 통산 세 번째 봉황대기 정상에 올랐다. 2007년 덕수고로 이름을 바꾼 이후로는 첫 우승이다. 2007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정윤진 감독은 1994년 코치로 정상에 오른 뒤 감독으로 봉황대기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1980년 창단한 덕수고는 31년 동안 19번째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명실공히 고교 최강팀으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반면 유신고는 다 잡은 승리를 놓치며 16년 만의 우승에 실패했다.

덕수고는 8회말 2점을 내줘 3-5로 패색이 짙던 9회초 1사 만루 기회를 만든 뒤, 이선우(1년)의 유격수 쪽 내야안타로 1점을 따라붙고 상대 투수 보크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주정환(2년)이 2타점 좌월 2루타를 터뜨려 경기를 뒤집었다. 주정환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9회말 수비에서 좌익수 문성현(1년)이 다이빙캐치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순간 덕수고 선수들은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가 대역전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고, 정윤진 감독은 눈물을 흘렸다. 결정적인 악송구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 뻔했던 심준석(2년)도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정윤진 감독은 예상대로 2학년 좌완 에이스 임정훈을 선발 투입했고, 이성열 유신고 감독은 옥태민(2년)에게 중책을 부여했다. 선취점은 덕수고가 먼저 올렸다. 2회말 선두타자 백준서(1년)의 볼넷과 희생번트로 만든 2사 3루 기회에서 7번 문성현이 좌월 2루타를 터뜨렸다. 이성열 감독은 곧바로 2학년 왼손 에이스 조영우를 투입했다. 그러나 3회초 조영우가 3연속 볼넷으로 난조를 보이자 다시 에이스 박영현(3년)으로 조기에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정윤진 감독도 임정훈이 6회 야수 실책으로 1사 2루에 몰리자 지체 없이 심준석(2년) 카드를 꺼냈다. 심준석은 첫 타자 조장현(2년)을 153㎞ 강속구로 루킹 삼진 처리했지만 연속 볼넷을 내줘 2사 만루에 몰렸다. 이어 변현성(2년)을 평범한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지만 1루에 어이없는 악송구를 저지르며 2명의 주자를 들여보내 역전을 허용했다. 7회엔 포수의 송구를 잡은 유격수 주정환이 심준석에게 건넨 공이 포수 뒤쪽까지 빠지는 황당한 실책까지 나와 추가점을 헌납했다.

박영현의 호투에 눌려 있던 덕수고도 8회 선두타자 이선우의 볼넷과 견제 악송구로 무사 2루 찬스를 잡고, 주정환의 우월 3루타와 백준서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3-3, 동점에 성공했다. 유신고가 8회말 반격에서 다시 균형을 깼지만 덕수고의 9회 재역전승으로 대혈투는 막을 내렸다.

이날도 5.1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임정훈은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KT에 1차 지명된 박영현은 5.1이닝 동안 3피안타 10탈삼진 1볼넷 2실점을 기록했지만 고교 마지막 대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성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