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천적' 소형준이 또 해냈다…KT, 통합우승까지 두 걸음

입력
2021.11.15 21:40
박경수, 공수주 맹활약 데일리 MVP 
두산, 병살타 4개로 찬물

KT의 2년차 투수 소형준(20ㆍKT)은 '빅게임 피처'로 각인돼 있다. 막내답지 않게 큰 경기마다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스타성이 장착돼 있다. 여기에 2년 동안 두산을 상대로 유독 강했다. 지난해 두산전에서 3승(1패)에 평균자책점 2.51로 잘 던졌고, 2년차 징크스에 고전했던 올해도 두산과 만나서는 2승에 평균자책점 1.00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도 선발 1번, 구원 1번 등 총 2차례 두산을 상대해 9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강철 KT 감독이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 선발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아닌 소형준을 낙점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소형준은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3피안타 5볼넷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6-1 승리에 앞장섰다. 1, 2차전을 이긴 KT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2승만 남겼다.

소형준에게 운이 따른 승리였다. 1회초 허경민과 강승호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한 뒤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우전 안타성 타구를 맞았지만 2루수 박경수의 그림 같은 수비로 병살 플레이를 완성해 위기를 넘겼다. 2회 1사 후엔 박세혁에게 우전안타를 내줬지만 김인태를 1루수 앞 병살타로 유도했다. 3회에도 1사 후 허경민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강승호를 3루 병살 처리했다. 3이닝 연속 병살타로 한숨을 돌린 소형준은 4회 첫 타자 페르난데스에게 좌월 2루타를 맞았지만 후속 두 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웠다. 5회엔 첫 삼자범퇴 이닝에 성공했고, 6회까지 던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완성했다. 이강철 감독은 6-0으로 앞선 7회 한국시리즈에서 불펜으로 돌린 고영표를 투입해 굳히기에 들어갔다. 고영표는 1.1이닝 1실점으로 첫 등판을 마쳤다.

타선도 소형준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불을 지핀 건 주장 황재균이었다. 2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한 황재균은 1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 선발 최원준의 2구째 시속 133㎞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자신의 포스트시즌 통산 첫 홈런이다. 베테랑 박경수의 공수주 활약도 빛났다. 1회초 호수비로 실점을 막은 박경수는 5회말 공격 땐 선두타자로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후속 심우준의 안타로 2루에 도달했다. 이어 조용호의 우익수 쪽 안타가 터지자 3루를 밟고 홈까지 내달렸다. 최만호 KT 3루 코치가 제지했지만 과감하게 홈으로 쇄도해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불붙은 KT 타선은 4점을 더 뽑아 승기를 잡았다. 박경수는 프로 데뷔 첫 한국시리즈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1차전에서 3타수 3안타 1볼넷을 기록한 강백호는 이날도 2타수 2안타 2볼넷으로 모두 살아나가 한국시리즈 최다 연타석 출루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반면 두산은 병살타 4개가 발목을 잡았다. 페르난데스가 2루타 2개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고군분투했지만 김재환ㆍ박건우가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두 팀은 하루 쉬고 17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두산의 홈경기로 3차전을 벌인다.

한편 2차전 관중은 1만2,904명이 입장해 한국시리즈 연속 매진 행진은 31경기에서 끊겼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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