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부터 전국 100개 거점 주유소를 통해 요소수 180만L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 현장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틀간 요소수를 공급받은 주유소는 70여 곳, 공급량은 10%도 안 되는 14만여 L에 그쳤다. 15일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더구나 정부가 거점 주유소 명단은 공개하면서도 공급 일정과 물량은 안내하지 않는 깜깜이 행정을 편 탓에 국민들은 일일이 이를 확인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생계가 급한 화물차 기사들은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서도 허탕만 치고 돌아서기 일쑤였다. 사전 공지조차 받지 못한 거점 주유소도 온종일 문의 전화와 항의에 몸살을 앓았다.
일부 주유소의 끼워 팔기 갑질도 문제지만 더 큰 잘못은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이다. 정부는 11일 긴급수급 조치를 발동, 요소수 판매처를 거점 주유소로 한정했다. 이로 인해 기존 거래처에 주유소가 없는 중소 요소수 제조업체들은 제품이 있어도 공급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 대전 등 일부 지역에선 단 한 곳의 거점 주유소도 없어 원정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 현장, 대형운수업체 등 특정 수요자’의 직거래 허용도 기준이 모호해 혼선을 불렀다. 정부는 매점매석과 중복 구매를 막는 시스템을 말했지만 주유소에 이런 전산 인프라는 없다. 구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들 수밖에 없다. 모두 현장에 대해 무지하거나 실정을 무시한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가 요소수 태스크포스팀을 만든 건 5일이다.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도 열렸고, 8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모든 방법을 동원하라”고도 지시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다.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에도 안일하게 대처했던 정부가 여론의 질타에 늑장 대처에 나서면서도 매일 쇼만 연출한 셈이다. 지난해 마스크 대란을 겪고도 이런 일이 재연된 것도 한심하다. 일하는 척만 할 뿐 복지부동인지, 임기 말 권력 누수와 기강 해이로 대통령 지시도 안 먹히는 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