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워싱턴 호텔 투자금 2배 값에 팔아… 美의회 "부당 이익 조사는 계속"

입력
2021.11.15 17:15
재임 시절 해외 귀빈 숙소로 이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운영해 온 워싱턴 소재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임차권이 투자 금액의 두 배 값에 팔린다. 매각 금액은 한화로 4,400억 원에 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2017년 1월~2021년 1월) 이 호텔을 해외 귀빈 숙소로 지정해 본인 소유 회사에 부당 이익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투자회사 CGI머천트그룹이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임차권을 3억7,500만 달러(약 4,423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그룹이 당초 제시했던 5억 달러(약 5,897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이 회사가 호텔 개장을 위해 당초 투자했던 비용 2억 달러(약 2,359억 원)보다는 두 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19세기에 우체국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미국 연방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트럼프그룹은 2013년 연방총무청에 연간 300만 달러(약 35억 원)를 내는 조건으로 이 건물을 장기 임대한 뒤, 럭셔리 호텔로 리모델링해 2016년 문을 열었다. 워싱턴에서 가장 넓은 객실을 보유한 호텔로 유명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절 공화당 지지자와 국회의원, 비즈니스 관계자 등이 모이는 공화당 행사 장소로 애용됐고, 해외 귀빈 숙소로도 자주 이용됐다. 이와 관련해 미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는 연방헌법을 어겼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하원은 “임차권 매각 여부와 상관없이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호텔은 개장 이후 4년간 7,000만 달러(약 825억 원)가량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그룹은 2019년부터 호텔 임차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매각 협상도 1년 넘게 지연됐다.

임차권을 사들인 CGI는 호텔 체인 회사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와 협력해 이 건물을 힐튼의 럭셔리 브랜드인 ‘월도프 아스토리아’로 새 단장할 예정이다. 호텔 이름에서 ‘트럼프’도 사라진다. 호텔 컨설팅업체 로징어드바이저 숀 헤네시 대표는 “고급 브랜드와 제휴를 맺어야 건물에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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