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후보 선출 후 열흘이 지나도록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선대위 주도권을 둘러싼 윤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간 샅바싸움이 길어지면서다. 김 위원장 '원톱 체제'엔 큰 이견이 없지만, 인선 등 세부 내용에서 불씨가 여전해 선대위 출범까지 잡음이 계속될 전망이다.
14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후보 측은 주말 동안 선대위 구성에 대한 입장을 대략 정리했다고 한다. 총괄선대위원장 바로 밑에서 실무를 관장하는 '실세'인 총괄선대본부장직을 없애고, 분야별 총괄본부에 권한을 나눠주는 것이 뼈대다. 총괄선대위원장 아래 정책·조직·직능·홍보·총무 등 총괄본부를 수평적으로 배치해 중진급 본부장을 세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윤 후보 측은 이를 선대위 갈등을 봉합할 '묘수'로 보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누누이 강조해온 '실무형 선대위'에도 가깝고 김 전 위원장이 합류 조건으로 내세운 '일 할 여건'도 마련한 셈이어서다. 김 위원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순 없다"고 엄포를 놓았는데, 이 구상에 따르면 선대위 총사령탑이 총괄본부를 직통 지휘해 수시로 실무에 개입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의 권한을 크고 넓게 보장하는 구조인 셈이다.
당에선 선대위를 원톱 구조로 만들면서 김 전 위원장의 조력을 받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힌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윤 후보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의 '허수아비' 발언에 대해 "우리가 김 전 위원장의 경륜을 배우고 모시려고 한다면 어떻게 허수아비가 되겠느냐"며 우려를 불식했다. 윤 후보가 15일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리는 김 전 위원장의 신간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것도 선대위 영입을 위한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다.
김 전 위원장의 등판이 기정사실화했다면 남은 걸림돌은 인선이다. 윤 후보 측은 '탕평 인사'를 통해 경선 승리를 도왔던 핵심 참모들을 포함한 다양한 인사들을 중용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복잡한 당내 역학관계를 감안하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당장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열리는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사무총장 자리를 둘러싼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논란이 계속되자 한기호 사무총장은 이날 이 대표에게 "거취를 일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진들이 주로 맡게 될 분야별 총괄본부장의 인선도 충돌이 예상된다. 김 전 위원장이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 캠프 인사들이 선대위 요직을 얼마나 맡느냐가 관건이다. 현재까지는 조직총괄에 주호영 의원(5선), 정책총괄에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거론된다. 이 밖에 권영세·윤상현 의원(이상 4선), 김태호·김태흠 의원(이상 3선) 등과 함께 나경원·김용태 전 의원 등이 주요 보직에 거명되고 있다.
선대위 실무 총괄자를 공백으로 두겠다는 것 자체가 '아마추어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통상 총괄선대본부장이 매일 아침 회의를 주관하며 각 분야의 일정과 역할이 부딪히지 않도록 조율하는데, 공석으로 두면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총괄선대본부장을 빼고 출범하더라도 불협화음이 지속된다면 '상황실장' 등으로 명칭만 바꿔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