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 30%·기초단체 15%' 이미 무주공산… 물밑 경쟁 '점화'

입력
2021.11.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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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일 남지 않은 지방선거... '무주공산'에서 싸움 시작
대선 결과 따라 여야 전략 달라질 듯... '정권 잡는 곳 유리'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제8회 지방선거(6월 1일)에서 광역단체 30%, 기초단체 15%의 수장이 교체된다. 3선 연임 제한과 불출마 선언, 형 확정 등으로 15일 현재 단체장 교체가 기정사실화한 곳들이다. ‘현역 프리미엄’이 작동하지 않는 이들 무주공산에서의 선전 정도에 따라 지방선거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공직에서 사퇴하거나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등 출마 후보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단체장 교체가 기정사실화한 곳에선 일찌감치 치열한 물밑 싸움이 시작됐다.

경기·경남 비롯해 광역단체장 17명 중 최소 5명 교체

17곳의 광역단체 중 이미 5곳은 수장 교체가 확정돼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사퇴로 공석인 경기를 비롯해 3선 연임 제한으로 최문순 이시종 지사의 출마가 불가능한 강원과 충북이 대표적이다.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로 김경수 전 지사가 물러난 경남과 대선 도전으로 원희룡 전 지사가 사퇴한 제주 역시 새로운 도전자들의 물밑 경쟁이 감지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지역은 경기와 경남이다. 경기는 지난 일곱 번의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이 2번,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5번 승리했다. 경남은 민주당 계열 정당이 1번,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5번 이겼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된 5회 지방선거를 포함해도, 역대 전적에서는 야당이 유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당 우위의 구도가 형성돼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유산이 남아 있는 경기와 김경수 전 지사의 명예회복이 필요한 경남 사수가 필수적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역대 선거에서 우위를 보였던 경기와 경남 탈환을 통해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 여당에 내줬던 주도권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계산이다. 충북과 강원 역시 4회 지방선거까지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우세했으나, 5회 지방선거부터 민주당이 아성을 쌓아와 선거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주는 7번의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이 4번, 민주당 계열 정당이 2번,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1번 승리했을 정도로 여야 모두 만만치 않은 곳으로 분류된다.

민주당 휩쓸었던 서울 9곳 교체

기초단체장의 경우, 7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압도했다. 226곳 중 151곳을 민주당이, 51곳을 한국당이 차지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62곳을 차지했고, 한국당은 4곳에 그쳤다. 내년 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34곳의 기초단체에서 수장 교체가 예정돼 있다.

이 중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25곳 중 24곳을 휩쓴 서울에서 9곳의 구청장 교체가 이뤄진다. 대부분 3선 연임 제한으로 구청장들이 물러나는 기초단체다. 김영종 전 종로구청장이 이달 초 내년 3월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했고, 성장현 용산구청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박겸수 강북구청장, 이동진 도봉구청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노현송 강서구청장, 이성 구로구청장도 3선 연임 제한으로 출마가 불가능하다. 역시 내년 3월 서울 서초갑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까지 36%에 해당하는 최소 9명 이상의 구청장들이 새 얼굴로 채워진다. 기존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이 3선을 했을 정도로 민주당 지역세가 강한 지역이 대부분이다. 다만 올해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의 보궐선거 승리로 힘을 얻은 국민의힘도 이를 등에 업고 적극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다.

경기에서도 염태영 수원시장과 곽상욱 오산시장, 안병용 의정부시장, 김성기 가평군수가, 인천에서는 박형우 계양구청장이 3선 연임 제한으로 출마를 못 해 새로운 도전자들이 경쟁에 들어간 상태다. 충청 역시 3선 연임 제한으로 박용갑 대전 중구청장과 황명선 논산시장 등이 불출마하는 등 6곳의 기초단체장이 새롭게 바뀐다. PK에서 3곳, 대구·경북(TK)에서 6곳, 호남에서 5곳도 교체된다.

대선 결과에 따라 전략 달라질 듯

무주공산인 광역단체의 경우, 벌써부터 여야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후보군들이 물망에 오르는 등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기초단체장 역시 기초·광역 의원 등을 중심으로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이 시작된 지역이 여럿이다.

경쟁은 시작됐지만 3개월 앞서 열리는 대선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 판도도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승패에 따라 공천 과정부터 여야의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승리한 정당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여야 대선 후보의 지지율 격차를 감안하면, 정권 견제 심리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범구 기자
청주 한덕동 기자
전주 최수학 기자
대구 정광진 기자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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