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오전(한국시간) 화상으로 만난다. 지난 1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10개월 만의 첫 정상회담이다. “협력과 투쟁, 국제적 공동책임”(진찬룽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이 주된 관심사다. 공존하면서도 불안하고, 파국은 피하되 뚜렷한 돌파구 없는 신경전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먼저 배수진을 쳤다. 왕이 외교부장은 13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만 독립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고 성토했다. 이어 “대만 독립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큰 위협”이라며 “미국이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어떠한 분리주의 행동도 단호하고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왕 부장이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먼저 강조하긴 했지만 회담 전 마지막 조율치고는 이례적으로 격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처럼 중국은 대만 문제를 건드릴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못 박았다. 11일 ‘역사결의’를 통해 시 주석의 장기집권에 정당성을 부여한 중차대한 시점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14일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의 도발행동이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만큼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지 말라는 중국 최고위급의 경고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만 문제를 제외하면 양국의 협력 공간은 열려 있다. 중국 상무부는 “올 1~10월 미국과 교역량은 전년 대비 23.6% 증가했다”며 “미 의회 선거구 64%에서 대중 수출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미 정치권의 반중 공세에 아랑곳없이 경제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이 외에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이란 핵 문제 등은 어느 한쪽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글로벌 이슈다.
로이터는 “미중 관계는 복싱이 아닌 골프”라고 평가했다. 죽기 살기로 치고받기보다는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며 경쟁자가 뒤처지기를 노리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중차이왕은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장을 지낸 왕지쓰 교수 발언을 인용, “미국은 자신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을, 중국은 국내 질서에 미국이 도전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고 전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한다면 협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중 정상은 “중요한 역사적 국면(시 주석)”, “역사적 변곡점(바이든 대통령)”이라며 회담을 앞둔 양국 관계에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9일 미중관계전국위원회 축사를 통해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7일 “체제 변화를 모색하지 않고 중국과 공존할 것”이라며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지난 9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풀려났다. 2년 9개월간 묵은 앙금이 양국 정상 통화 2주 만에 해결됐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외교가 격언을 감안하면 회담 이후 구체적 성과는 필수적이다.
무역협상 재개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1월 맺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유효기간은 올 연말까지다. 중국은 “고율 관세 철폐”, 미국은 “조속한 추가 수입”을 주장하며 입장 차가 여전하지만 시 주석 경제 책사 류허 부총리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두 차례 통화하며 접촉면을 넓힌 만큼 양측 모두 더 이상 미룰 상황은 아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대만, 인권, 무역협상”을 꼽았다.
미중은 지난해 7월 휴스턴과 청두 총영사관을 맞폐쇄하며 단교를 주장하는 험악한 관계로 치달았다. 따라서 공관 업무 재개는 관계 정상화를 위한 상징적 조치로 꼽힌다. 반면 블룸버그와 폴리티코는 백악관을 인용, “총영사관 재가동은 이번 회담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7월 중국이 제시한 유학생 비자 제한 철폐와 관련, “양국이 조만간 원칙적으로 합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략적 경쟁자인 양국 관계의 근본적 변화는 어림없다는 회의론이 무성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우려를 솔직하고 분명하게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을 자극하는 발언도 불사할 것이라는 의미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는 “정상회담 후 주요 발표나 공동성명은 없을 것”이라며 최악의 충돌을 모면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예상했다.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악재도 수두룩하다. 중국 정보기술(IT)의 상징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 요구에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내달에는 미국과 동맹국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시진핑 체제와 중국 공산당에 정면 대결을 선포할 참이다. 칸칸뉴스 등 중국 매체들은 “한 차례 회담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양국의 입장 차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을 끝없이 압박하며 긴장을 조성해온 미국이 먼저 태도를 바꾸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