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3일 조합원 2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동대문 사거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시위대 돌발 행동이나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으나 집회 장소 일대엔 교통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태일 열사 51주기인 이날 민주노총은 당일 오전까지 대회 장소를 공개하지 않다가 오후 1시쯤 “정부와 서울시의 대회 불허방침에 의해 예정된 대회 장소를 동대문 인근으로 옮겨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집결 장소를 동대문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 변화가 없음을 확인하고 2만여 참가자들이 안전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자 전태일 열사의 숨결이 깃든 평화시장 인근 동대문역 부근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이번 집회를 '쪼개기 불법 단일 집회'로 간주해 불허했다. 현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1차 체제에서 집회나 행사는 접종 완료자, 음성 확인자 등으로만 구성할 시 500명 미만까지 참석 가능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서울시 규탄 및 대회 보장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 강행을 예고했다.
이날 대회는 불평등·양극화 해소와 평등사회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민주노총과 5개 진보 정당의 대선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주노총은 행사 결의문을 통해 "51년 전 노동자 대투쟁의 새 역사를 열어젖혔던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해 근본적인 사회대전환 투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동산 폭등으로 사상 최악의 부익부 빈익빈 시대를 맞닥뜨렸다"며 "최저임금 1만원 공약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 폐기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가뒀다"고 현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민주노총의 주요 요구 사항은 근로기준법 포괄 적용과 노조법 개정, 비정규직 전면 철폐 등이었다. 이들은 “노조법 전면 개정으로 복수노조, 산별교섭,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확대하고, 5인 미만 사업장,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까지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행사에 참여했으며 큰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대규모 집회로 동대문역 일대엔 2시간 30분가량 극심한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시위대 추가 이동을 막기 위해 복궁역, 광화문역, 시청역(1·2호선), 종각역, 안국역, 을지로입구역 등 7개 지하철 역사 입구를 폐쇄하고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도록 했다.
이날 집회 개최지가 변경됨에 따라 앞서 광화문 세종대로 인근 위주로 배치됐던 경력 일부는 동대문 사거리로 이동했다. 경찰의 불법 집회 해산 경고 방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교통 경찰 180여명은 동대문 교차로와 인근에서 통행 차량을 우회 또는 회차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