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Know] 돌고래 무리에게 배우는 '충돌 방지법'

입력
2021.11.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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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슬로베니아 큰돌고래에게서 배우는 애자일 조직의 특징

돌고래는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그런데 다른 동물 무리와 달리 시간별, 계절별로, 혹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무리를 구성한다. 그래서 ’핵분열-핵융합 반복 사회’라고도 불린다. 돌고래는 20~30마리씩 무리로 지내다가 먹이가 풍부해지면 여러 무리가 모여서 100마리 이상의 대형 무리를 이뤄 사냥한다. 상황이 바뀌면 다시 흩어져서 소규모 무리로 지낸다. 이때 처음에 함께 있던 소규모 무리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새로운 소규모 무리를 만든다.

많은 동물들이 개체수가 많아지면 먹이 사냥 과정에서 서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슬로베니아 큰돌고래는 개체수가 많아져도 그런 경우가 없다. 서로 사냥하는 지역을 구분하기 때문이다. 무리 간에 자율적으로 사냥 지역을 구분하고, 이 지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좁은 지역에서는 아예 지역을 나누지 않고 무리 간에 사냥하는 시간대를 나눠, 충돌 없이 살아간다.

슬로베니아 큰돌고래처럼 유연하고 자율적으로 변화하는 조직이 '애자일(Agile) 조직'이다. 애자일 조직이란 기민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도록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직급체계를 없애 팀원 개인에게 의사결정권을 부여한 소규모 조직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스포티파이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006년 설립된 이후 10년 만에 전 세계 2억 명 이상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 음원 기업이다. 스포티파이에는 팀, 본부와 같은 전통적 명칭의 조직이 없다.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직원들이 빠르게 뭉쳤다가 흩어지는 '스쿼드'라는 단위 조직만 있다. 스쿼드는 6~12명으로 구성되며, 미니 스타트업과 같이 설계부터 개발과 테스트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도구를 갖추며 자율적으로 미션을 수행한다. 또 연관된 분야의 스쿼드가 모여 '트라이브'라는 조직을 만들어 스쿼드 간 혹은 구성원 개개인 간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놓인 현대 기업은 유연하고 민첩하고 자율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만큼 애자일 조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준엽 경희사이버대 마케팅ㆍ리더십경영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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