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여자 청소년 농구 경기 도중 흑인 학생이 한국계 학생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폭행을 가한 흑인 학생의 아버지가 전직 농구선수 출신으로 한때 한국 프로농구(KBL)에서 활약한 이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딸의 행동에 사과하며 책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미 NBC 방송 등에 따르면 7일 캘리포니아주(州) 오렌지 카운티 가든그로브에서 열린 여자 청소년 농구 경기에서 한국계 학생 로린 함(15) 양은 상대 팀 흑인 학생에게 주먹으로 가격당해 코트 위에 쓰러졌다. 이 흑인 학생은 3점 슛을 시도하다 실패한 뒤 함 양과 부딪혀 넘어졌고, 이후 함 양에게 다가가 화풀이하듯 왼팔을 휘둘러 얼굴 부위를 때렸다.
이 학생은 폭행을 저지른 뒤 퇴장당했고 경기는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함 양은 이날 폭행을 당한 뒤 뇌진탕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함 양의 어머니는 해당 장면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리며 피해 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는 "농구 경기 도중 이런 역겨운 일이 내 딸에게 일어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해당 동영상은 가해 학생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의 음성 때문에 논란이 더 커졌다. 함 양의 어머니는 NBC와 인터뷰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터무니 없는 부분은 가해 학생 어머니가 (자신의) 딸에게 '가서 때려라(Go and hit her)'고 지시하는 것"이라며 "이해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장에 있던 심판 역시 가해 학생의 어머니가 '가서 치라'는 말을 했다고 NBC가 보도했다.
문제는 가해 학생의 폭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NBC에 따르면 이 학생은 다른 경기에서 두 명의 학생을 향해 폭력을 휘둘렀다. 해당 영상은 NBC에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함 양의 어머니는 가해 학생을 폭행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가해 학생과 엄마 모두 기소되길 원하고 있다. 함 양의 어머니는 "이번 농구 대회의 조직위원회는 가해 학생의 출전을 금지시키고, 다른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책임져야 하는 당사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유명 농구선수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또 한번 입길에 오르고 있다. 그는 2003년까지 시카고 불스에서 활약한 전직 미 프로농구(NBA) 선수 코리 벤자민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07~2008년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스)에서 용병으로 뛰었다.
벤자민은 딸의 잘못에 사과부터 했다. 그는 딸의 폭행 영상을 보고 슬펐다고 말하며 "청소년 농구 경기에서 제 딸에게 폭행을 당한 어린 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쾌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벤자민은 이어 "그의 가족에게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 당하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 딸과 아내의 행동으로 인해 충격을 받고 상처를 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아버지로서 제 딸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고 실망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이는 농구가 요구하는 스포츠맨십의 정신과 가치 등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며 "딸의 행동을 바로 잡아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