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거래절벽 속 매수심리마저 위축되면서 전세거래지수가 금융위기 이후 첫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면서 임대차 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12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전세거래지수는 전월보다 4.9포인트 하락한 9.8이다. 전세거래지수는 0~200 내에서 수치가 작을수록 거래가 뜸하다는 의미인데, 지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12월(4.3)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6월 임대차2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을 앞두고 43.3까지 반짝 상승했던 거래지수는 같은 해 9월 15.3까지 떨어진 이후 13개월 연속 10대에 머물러왔다.
거래량도 대폭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9월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6,780건이다. 같은 달 기준 지난해(9,135건)의 74.2%에 불과한 건수로, 2018년 9월(1만136)과 비교하면 3,350건 이상 적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 위축 국면을 '시장 안정'이 아닌 '전세난'으로 해석한다. 임대차2법 시행으로 기존 매물은 갱신 계약으로 묶이고, 신규 계약은 월세로 전환되면서 전세 매물 공급 자체가 줄어서다.
올해 8월과 9월 전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월세를 조금이라도 낀 거래 비율은 41.2%와 38.6%로 임대차2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8월(31.0%)과 9월(32.9%)보다 크게 늘었다. 수요 대비 공급을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도 지난달 기준 기준선(100을 넘을수록 공급 부족)을 크게 상회하는 162.2에 머물러 있다.
임대차2법 시행 2년이 되는 내년 8월을 기점으로 전세 가격이 또다시 '계단식 상승'을 할 우려도 여전하다. 계약갱신청구권(2년)이 만료된 매물들이 직전 계약 임대료보다 크게 오른 가격으로 신규 계약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대료 상승폭을 5% 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는 신규 계약엔 해당하지 않는다.
주택 매매시장의 급등세를 둔화시킨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조치가 전세 시장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논의되는 고가 전세에 대한 대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임대인은 상한선 이하로 전세 가격을 낮추기보다 월세로 전환하려 할 것"이라면서 "임차인의 주거 불안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