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에서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유럽시장 진출의 청신호를 밝혔다. 11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승인 권고 의견을 받고 유럽 내 정식 품목허가도 가시화되면서다.
CHMP가 코로나19 항체치료제에 대해 승인 권고 의견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렉키로나가 최종 품목허가를 획득하면 EMA 승인을 받은 첫 국산 항체치료제가 된다.
12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CHMP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와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의 '로나프레베' 등 코로나19 항체치료제 2종에 대한 승인을 권고했다. CHMP는 의약품에 대한 과학적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 승인 관련 의견을 제시하는 기구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품목허가 결정에 CHMP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는 만큼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승인 권고를 놓고 사실상 사용 승인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CHMP 의견 접수 후 통상 1~2개월 이내에 사용 승인 여부가 발표돼 조만간 유럽 진출 여부가 가려질 예정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가 문턱이 높은 유럽 시장의 경우엔 사용 승인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셀트리온은 지난 2월 말 EMA에 품목허가 전 사전 검토단계인 롤링 리뷰 절차를 밟았고 7개월 만인 10월 초 EMA에서 요구한 자료를 보완, 정식으로 품목허가도 신청했다.
그 사이 렉키로나는 지난 7월 인도네시아에 이어 8월 브라질에서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했다. 지난 9월에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해 치료 현장에서 활발히 사용 중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렉키로나는 11월 5일 기준, 국내 127개 병원, 1만1,366명의 환자에게 투여됐다.
유럽에서 품목허가를 받고 나면 향후 아시아, 중남미, 중동 지역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의 해외 판매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현재 글로벌 30여 개 국가와 렉키로나 허가 신청 및 판매 협상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브라질에 이어 주요 시장인 유럽까지 선점하면서 레퍼런스를 쌓은 만큼 빠르게 해외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계절성 독감처럼 자가관리할 수 있는 경구용 치료제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맥주사제 형태인 렉키로나의 시장성 역시 향후 꾸준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경구용 치료제는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투약해야 하지만 렉키로나는 한 회 투여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입원 환자의 경우 경구용 치료제보다 렉키로나의 효용성이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