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중병에 걸린 아버지를 퇴원시켜 결국 숨지게 한 혐의를 받은 22세 청년의 사연이 '간병 살인 비극'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 청년은 10일 항소심에서 존속살해 혐의로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이 청년이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면 받을 수 있는 혜택 종류가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신청주의'가 비극의 원인이 된 것이다. 전 위원장은 국가에서 직권으로 복지 지원을 하는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면서 "국가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데 제도를 모른다면 권익위를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전 위원장은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간병 살인' 사건 판결에 대해 "스물두 살 젊은 청년 사이에 가정고에 시달리고 절박한 위기 가정으로서 정말 잘못할 사연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 젊은 청년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이런 부분에 관해서도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청년 A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9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 이후에 온몸이 거의 마비가 돼서 누워서 생활을 했고 콧줄로 음식물을 공급받아야 했으며 다른 사람이 대소변을 치워야 했다. A씨 아버지는 입원을 했고 올해 4월까지 약 8개월 동안 투병생활을 했는데 병원비가 약 2,000만 원이 청구됐고 A씨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삼촌이 자기 퇴직금을 중간정산받아서 해 줬지만 더 이상 병원비를 감당할 만한 능력이 안 돼 아버지의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결국 돌봄마저 포기해야 했다. 법원은 아버지의 죽음에 A씨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 위원장은 "대한민국에 생각 외로 이런 위기 가정을 지원하는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며 "이 청년의 경우에도 복지부나 아니면 동네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하거나 신청했으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꽤 있었다"고 설명했다. 생계곤란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생계비나 의료비를 지급하고, 가사나 간병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아는 국민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본인이 신청하거나 누군가가 신청해줘야 하고, 나라가 직권으로 알아서 위기 가정을 찾아서 복지 지원하는 제도는 아직 덜 갖춰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를 확인할 때 권익위를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국번 없이 전화로 110 전화를 누르시면 권익위 민원상담센터인데, 여기에 전화해 주시면 이런 복지서비스, 맞춤형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는지 안내해 드린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국민신문고 온라인 상담, 정부합동민원센터 온라인 상담 등도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그는 "권익위가 사연을 접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해당 공공기관으로 연결을 해서 도움을 받도록 하거나, 직원들이 방문하거나 상담해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경우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국민콜 110은 상담원 200여 명이 밤낮 없이 상담하고 있는데 사실상 인력 부족과 예산 부족으로 국민들의 어려움을 다 해결하긴 역부족"이라면서도 "사연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고법 형사2부(부장 양영희)는 10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22세 남성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의성이 없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