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등에 몰래 소변 본 남성…대법 "강제추행 해당"

입력
2021.11.12 11:44
1·2심 "성적자기결정권 침해 안 해" 무죄 선고
대법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 일으켜" 파기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등에 몰래 소변을 본 남성의 행동은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해자가 추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33)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극단에서 연극을하던 A씨는 2019년 아파트 놀이터 나무 의자에 앉아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던 미성년자 B(당시 18세)씨 뒤에서 머리카락과 상의 쪽으로 몰래 소변을 본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는 집으로 돌아가 옷에 소변에 묻은 것을 발견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1심은 A씨 강제추행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뿐,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성적 자유를 침해받았을 때 느끼는 수치심은 반드시 부끄럽거나 창피한 감정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간의 판례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A씨가 차를 몰고 가다 도로에 잠시 세운 뒤, 아무런 이유 없이 아파트 인근 사거리부터 놀이터까지 피해자를 따라갔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A씨가 처음 보는 피해자의 뒤로 몰래 접근해 소변을 본 것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며 "당시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볼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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