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만 없었지 완벽했다’
조규성(23ㆍ김천)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대표팀에 또 다른 공격 옵션으로 발돋움했다.
조규성은 11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에 선발 출전해 후반 31분 송민규(전북)와 교체되기 전까지 76분을 소화했다.
벤투 감독은 2019년 감독 부임 후 줄곧 황의조(보르도)에게 원톱 스트라이커 자리를 맡겼다. 물론 전술에 따라 김신욱(전 상하이), 이정협(강원), 지동원(서울) 등을 교체한 적은 있지만, 역시 이 포지션의 붙박이 주전은 황의조였다. 하지만 최근 황의조가 소속팀 보르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고, 벤투 감독은 대체 공격수로 조규성과 김건희(수원삼성)을 발탁했다. 그리고 조규성이 UAE전 선발 원톱으로 낙점 받았다.
벤투 감독은 지난 9월 처음 조규성을 A대표팀에 발탁했을 당시 ‘다재다능한 스트라이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조규성은 이날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대표팀 최전방에 선 이유를 확실하게 증명했다.
먼저, 폭넓은 움직임으로 공격과 수비에 모두 기여했다. 수비를 끌고 나와 공을 미드필더들에게 연계를 하는 ‘타깃맨’ 역할을 해주면서 손흥민 등이 수비 뒷 공간으로 침투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줬다. 조규성을 원톱으로 세웠더니 손흥민에 더 넓은 공간이 열린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슈팅이 나올 때면 조규성이 수비를 달고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거나 상대 수비와 경합을 벌이는 모습도 자주 나왔다.
또 조규성의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UAE는 공격을 전개하는데 애를 먹었다. 실제로 최전방에서 압박을 가하자 UAE 수비 쪽에서 실수가 나왔다. 이 실수를 빌미로 한국이 공격권을 되찾아오는 장면이 이어졌다. 황인범이 페널티킥(PK)을 얻어낸 장면도 상대 수비 실수에서 비롯됐다.
연계 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전반 초반 힐킥으로 황인범에게 중거리슛 기회를 만들어줬다. 김천상무에서 군 복무를 시작한 뒤 체격을 키운 조규성은 탄탄한 신체 조건을 활용해 전방에서 수비의 견제를 버텨내며 공을 지켜냈고, 동료들에게 전달해 기회를 만드는 역할도 훌륭히 수행했다.
조규성은 A매치 데뷔골 기회도 맞았다.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조규성의 슛은 꽤 위협적이었다. 전반 13분 먼 거리에서 때린 슈팅이 골대에 맞았다. 후반 3분에는 문전으로 쇄도해 황희찬의 땅볼 크로스를 슛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이날 조규성의 슈팅 횟수는 5회로 손흥민 다음으로 많았다.
조규성은 골만 없었지 벤투 감독이 원톱 자원에 부여하는 미션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조규성은 오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그는 이 포지션에서 좋은 특징과 장점을 갖고 있다. 분명 더 발전해야 할 부분도 있는 만큼 더 성장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한국 대표팀의 다음 상대는 이라크다. 한국은 지난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이라크전에서 슛 8개를 때렸지만, 시종일관 답답한 내용을 보이며 0-0으로 비겼다. 조규성이 17일 0시(한국시간) 이라크와의 재대결에서 다시한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자신의 A매치 데뷔골, 더나아가 팀의 승리까지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