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행동 없는 유엔안보리 “미얀마 군부, 폭력 즉각 중단” 성명, 15개국 전원찬성했지만...

입력
2021.11.11 18:15
미얀마 유혈사태 코앞… 
이번에도 '쿠데타' 언급은 없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1일 미얀마 쿠데타 군부에 즉각적인 폭력 중단을 요구했다. 15개 이사국 전원이 찬성했다. 다만 앞선 성명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쿠데타'라는 표현 없이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내용만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실효성 측면에선 '맹탕'이라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15개국 공동성명을 통해 "안보리 회원국들은 미얀마 전역에서 일어나는 최근의 폭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군부는 폭력을 즉각 중단하고 민간인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2월1일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미얀마 내에서 전개된 국면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군부가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극도로 자제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은 쿠데타 발발 사흘 뒤인 올해 2월 4일 발표된 것과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 두 번 모두 미얀마 군부를 옹호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쿠데타'라는 단어 대신 '국가비상사태'라는 표현이 선택됐다. 유엔의 즉각적인 개입이나 행동을 시사하는 내용 역시 없다. 심지어 이번 성명은 지난달 29일 친주 탄트랑 민가를 향한 군부의 폭격 사건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유엔이 나서달라"는 국제인권단체와 현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폭력'과 '자제'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직접 개입을 또 피한 셈이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일 무장 저항세력을 향한 대규모 토벌전을 예고한 상태다. 실제로 친주를 중심으로 사가잉ㆍ마궤ㆍ카야주에 대규모 병력이 파병됐으며, 양곤과 만달레이에선 지하 반군을 소탕하기 위한 군사 작전도 시작됐다. 현지 소식통은 "정부군 이동을 막는 저항군의 지뢰공격이 최근 더 많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 유혈사태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