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킷브레이커' 발동 위기, 일상회복 첫 고비

입력
2021.11.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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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11일 위중증 환자는 473명으로 이틀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망자도 21명 증가해 열흘 연속 두 자리 숫자다. 단계적 일상회복 체제로 전환되면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최근의 급증세는 심상치 않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중환자 병상이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0%를 넘어 비상계획(서킷브레이커) 시행 기준인 75%에 육박하고 있다. 수도권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중환자 병상이 모자라 환자를 전원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위중증 환자가 500명 이내로만 유지된다면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일상회복 1단계 완화 폭이 컸다고 생각한다”며 “상황이 나빠지면 1단계를 지속하거나 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비상계획 시행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비상계획이 시행되면 사적 모임 제한이 강화되고 행사 시간이 조정되는 등 개인 간 접촉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이 내려진다.

다음 달과 내년 1월을 목표로 한 단계적 일상회복의 수순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전환은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 때문이었다. 다만 그 전제는 위중증 환자를 잘 관리해 의료체계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발생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단계적 일상회복은 자칫 손쓸 수 없는 사태로 악화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가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다가 대유행을 초래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상회복의 큰 방향은 되돌릴 수 없다 해도, 위중증 환자 관리를 위해서라면 정부는 좌고우면할 필요는 없다. 비상계획 시행으로 발등의 불부터 끈 다음 일상회복 단계로 돌아가는 선택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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