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주목받았던 이스라엘이 이번엔 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대비 훈련’을 시행하기로 했다. 델타 변이 확산세는 잠잠해졌지만, 다른 치명적인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가의 방역 시스템을 점검하기로 한 것이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다음날부터 국가 단위의 코로나19 대응 훈련을 실시한다. 전쟁 대비 훈련과 비슷한 절차로 진행되는데, △도시 봉쇄 및 격리자 지원 △학교 원격 수업 △대규모 PCR 검사 시행 및 중환자 병동 확보 등이 포함된다. 총 지휘는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맡는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이스라엘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훈련 시행이 의아할 수도 있다. 지난 8, 9월 델타 변이 확산이 정점에 올랐을 땐 하루에 1만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왔지만, 이날 발생한 확진자는 470명에 불과했다. 베네트 총리 역시 “우리는 4차 유행을 물리쳤고, 델타 변이에서도 벗어나는 중”이라고 자축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대응 훈련에 나서는 이유는 새로운 변이 출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날 베네트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끝내지도, 방역 시스템을 종료하지도 않았다”며 “계속 상황을 지켜보며 어떤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훈련의 명칭도 ‘오메가’로 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리스 문자를 따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정하는데, 그리스 알파벳의 마지막 순서가 오메가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방역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전날 이스라엘 코로나19 대응팀 산하 백신 자문위원회는 5~11세 아동에 대한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자문위원장인 보아즈 레브 박사는 “(접종 권고의) 주된 목적은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며 “그러나 최종 결정에 있어 가족에게 자율권과 개별적 고려의 권한이 있어야 하며, 강압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 사이에서 아동 접종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큰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실제로 반대 여론이 너무 큰 탓에 아동 백신 공청회 과정에서 접종에 찬성한 전문가들이 살해 협박을 받는 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