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복지정책 '안심소득' 설계 작업이 마무리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소득이 적은 가구에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복지 모델로, 보편복지를 기반으로 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기본소득'과 대비돼 관심을 끌었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이 복지 사각지대 발생, 소득 양극화, 근로 의욕 저하 등 현행 복지제도가 안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서울시는 11일 '안심소득'에 대한 정부 승인과 사업모델 설계를 마치고, 내년 4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시범사업 기간은 총 5년이다. 이 중 지원기간은 3년, 그 전후 2년 동안에는 안심소득 효과를 살피고 분석한다.
안심소득 사업은 지난 1일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설계안을 최종 승인하면서 사업 진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재 시의회의 사업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 앞서 오 시장은 5월부터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안심소득 시범사업 자문단'을 발족, 사업 계획안을 다듬어왔다.
안심소득 시범사업은 중위소득 85%(소득 하위 33%) 이하 800가구에 중위소득 85% 대비 가구소득 미달액의 절반을 3년간 다달이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소득이 0원인 1인 가구의 경우 중위소득 85%(165만3,000원) 대비 가구소득 부족분의 절반인 82만7,000원을 지원받는다. 서울시는 우선 내년부터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실시하고 이듬해 중위소득 50~85% 300가구를 추가해, 총 5년에 걸쳐 사업 효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이와 관련 "전 세계가 주목하는 복지 실험"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증세 등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사업비가 조달되는 기본소득과 달리 안심소득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가 필요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현행 복지제도의 통폐합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심소득 시범사업에 참여한 가구는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생계급여·주거급여)와 기초연금을 비롯해 서울형 기초생활보장제도, 청년수당, 청년월세, 서울형 주택바우처 등 현금성 복지 6종의 지급이 중단된다. 기초생활수급 가구의 경우, 현금성 복지만 중단되고 의료급여, 전기세 및 도시가스비 감면 등의 혜택은 유지된다.
증세가 불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서울시는 안심소득이 기본소득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안심소득과 달리 전 국민을 지급 대상으로 하지만 국토보유세와 토지세 등 증세가 전제돼 있다. 시 관계자는 "안심소득은 복지제도 통폐합과 세출 구조조정, 소득격차 완화로 인한 추가 세입 등으로 별도 증세 없이 재원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심소득 시범사업이 서울시의 계획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내년도 안심소득 시범사업 예산을 74억 원으로 책정해놓고 있지만, 예산안이 시의회를 통과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의 대표 사업이었던 마을공동체, 태양광 등 민간 위탁·보조 사업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해,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의회는 물론, 24개 자치구와 대립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시범사업에 대한 승인까지 받은 만큼, 시의회와 원만하게 협의해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